한국 노벨문학상 수상 '남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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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열정도 시들해지고 있는가.올해는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온 국민에게 새롭게 심어주겠다는 문학의 해.올해도 당연하다는듯 노벨문학상은 한국을 비켜갔다.문장(文)과 선비(士)를 여전히 존중하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아랑곳 않고 노벨문학상은 배반해 간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유럽 중심 세계관을 확산시킨다든지 혹은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주어진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다.1901년 시상이래 70% 이상이 유럽 문인에게 돌아가고 있고 그나마 제3세계 문인에 대해서도 유럽 언어권 국가에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 비판의 근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문학상은 여전히 세계적 권위를 누린다.이 문학상을 수상한 국가는 문화적 자부심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과시하고 그 수상작가의 작품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돼 단번에 수천만권이 읽히기도 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도 80년 이래 한국문학의 번역사업을 추진하며 노벨문학상수상을 현실화하려 노력해오고 있다.또 서정주.김동리.최인훈.김지하.한말숙.김은국씨등을 노벨문학상 후보작으로 추천해오고 있다.더구나 88올림픽과 국제펜대회등을 개최하며 노 벨문학상에 대한 열망은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노벨문학상 후보는 스웨덴 한림원이 각국 펜클럽.노벨상 수상자.주요 문학단체에 추천을 의뢰,매년 1백50명가량이 오른다.올해 한국펜클럽에서는 서정주씨를 추천했다.이 후보들을 놓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비공개리에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때문에 노벨상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수상에 합당한 후보 추천과그 후보의 작품을 스웨덴 한림원측에 익숙하게 알리는 것이다.그러나 우리 문학단체나 관련 당국은 실질적 측면에서 지극히 소홀히해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한 후보를 지속적으로 내세워 한림원을 계속 환기시켜야함을 익히 알면서도 매년 다른 사람을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학계의 의견을 모아 몇몇 문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번역,소개하면 노벨문학상은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올수 있는데 그 일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어느 출판사가 누구의 작품을 노벨상후보로 강력히 민다든지 하면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판사가 직접 나서는 판국으로 가고 있다.지난 세월 노벨문학상을 향한 우리 국민의 열망은 이제 출판사나 서점의 상업성 또는 화제성으로만 돌려선 안될 것이다.문화선진국으로의 자긍을 위해서라도 문학단체와 관련 당국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실질적 접근방법과 관심이 요청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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