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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지휘자 강마에 어록 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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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MBC 제공]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저는 더 이상 브람스를 이 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지휘자 강마에(김명민)의 대사다. 상대에 대한 배려? 돌려서 말하기? 없다. ‘쓰레기’‘개’‘똥’과 같은 자극적 단어? 빠지지 않는다. 그의 까칠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에 단원들이 받는 상처는 상상초월. 하지만 드라마 밖에선 다르다.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인터넷에는 ‘강마에 어록’이 오른다. 뒤늦게 자아실현을 위해 첼로를 하겠다고 나선 아줌마 희연(송옥숙)에게 그가 쏘아붙인 ‘똥덩어리’라는 대사는, 그 장면만을 여러 번 반복해 갈무리한 ‘똥덩어리 바이러스’라는 영상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똥덩어리’ 음성파일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독설에 사로잡힌 네티즌이 만든 강마에의 가상 미니홈피도 화제다. 본명인 ‘강건우’로 검색한 가상 포털 인물정보도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강마에 신드롬’이라 할 법도 하다. 강마에 신드롬 뒤에는 최근 대중문화 코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 ‘독설’ 혹은 ‘직설화법’이 있다. 독설을 하다 못해 최근에는 상대 연예인에게 사과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김구라나 ‘개그 콘서트’의 독설가 왕비호(윤형빈)가 각광받았던 연장선상에 강마에가 서 있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직설화법의 매력=강마에 화법의 특징은 설령 듣는 이에게 상처는 줄지언정 내용상 틀린 말은 없다는 점이다. 아니, 틀리기는커녕 궁극적으로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 ‘에둘러 말하기’가 미덕으로 통하던 우리 사회에 이런 화법의 유행이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정덕현씨는 “예전엔 독설이 부정적 뉘앙스를 띠었다. 하지만 최근 TV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공감형 독설’은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거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화법으로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속 독설가들이 대개 비범한 능력과 판단력의 소유자로 그려지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의 거침없는 발언은 남다른 자질과 결합하면서 흡인력을 갖는다. 이른바 ‘독설의 리더십’이다. “강마에 같은 상사가 우리 회사에도 있었으면”하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똥덩어리’에 불과했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오케스트라는 강마에의 말과 행동에 자극받아 한 걸음씩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정씨는 “단원들이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고 자포자기하는 데 대해 강마에는 ‘당신의 삶이 이렇게 된 건 당신 탓’이라며 잊었던 꿈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시즌 4까지 방영된 인기 미드 ‘하우스’의 주인공 의사 그레고리 하우스(휴 로리). 그 역시 독설과 능력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의 신조는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Everyone Lies)”. 그래서 환자의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도 하우스의 사전엔 없다. 팀원들과 진단을 내리기 위한 토론을 벌이는 자리에서 그는 가차 없이 팀원들의 의견을 비웃는다. “이런 바보 멍청이 같으니(You Idiot)!”라는 경멸적 언사는 필수. 그러나 이러한 스파르타식 토론이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내는 첩경이다.

요리 대결 리얼리티 프로 ‘헬’s 키친’으로 알려진 요리사 고든 램지. 그도 음식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욕을 수도 없이 내뱉는다. 강마에처럼 램지의 욕하는 장면을 모은 UCC가 제작될 정도. 하지만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그의 열정을 느끼고 나면 그의 욕설이 이유없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예능 프로 점령한 직설화법=직설화법의 유행은 예능 프로가 선도했다. ‘무한도전’‘패밀리가 떴다’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예능 프로의 대세로 자리 잡고 나서부터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풍자보다는 직설화법이 각광받는다. ‘또 하나의 언어’인 자막은 직설화법을 더욱 부추긴다. 예상을 깨고 1년 넘게 순항 중인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의 장점을 띄워주기보다 감추고 싶은 약점에 직격탄을 날리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물론 약점만 들춘다고 인기를 끌진 못한다. 정덕현씨는 “김구라씨도 처음엔 상대방 공격에 주력하다 점점 공감대 확보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독설의 성공 여부는 누구나 느끼지만 내놓고 얘기하지 못 하는 대상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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