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구청사 벽화 놓고 기독교계와 화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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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불교.무속적 색채를 없애라』『창작의 자유를 침해치 말라.』광주시북구청사의 벽화를 놓고 기독교계와 직접 그린 화가등이 한달여동안 팽팽한 「창작의 자유」 논쟁을 벌이고 있다.문제의 벽화는 화가 홍성담(洪成潭)씨가 북구청의 의뢰를 받아 「회복」을주제로 청사 외벽에 그린 가로 42,세로 3.
4의 대형작품.공공시설의 벽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민화적 화풍을구사하고 5.18때 「계엄철폐」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항쟁하는 모습이 담겨 지난 8월말 설치완료후 뭇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23개 교단 8백여개 교회로 구성된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가 항의하고 나서면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논쟁에휘말리게 됐다.
벽화 중앙에 벌거벗은 사람이 두 손을 치켜들고 있는 형상이 누가 봐도 불상(佛像)이나 도(道)를 닦는 모습을 연상케 하고또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잉어그림이 담겨있는등 전반적으로 불교.무속적 분위기가 강하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
교단협의회 박갑용(朴甲龍.61)총무는 『공공시설에 특정종교 색채의 작품을 설치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라며 내용을 고치지 않으면 구청사 앞에서 항의예배를 갖고 벽화철거 서명운동도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가 洪씨는 『도시개발.산업문명에 밀려 훼손.상실된 자연과 인간성을 되찾자는 테마를 민화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라며 『편협된 시각을 버리라』고 맞서고 있다.
또 이태호(李泰浩.전남대미술교육과)교수는 『색상과 선이 불화와 다르고 잉어도 불교가 생기기 전인 선사시대부터 다산(多産)등을 상징해 온 물고기』라며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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