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먹구구식 축구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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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축구」가 과연 2002월드컵 개최국에 합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국내 프로리그 사상초유의 부정선수 기용시비 끝에 끝내 중단된포항아톰즈-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2일.포항)는 이같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사건이었다.
아시아 최강.아시아 최초 프로리그출범(83년).월드컵유치등으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축구」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골목축구나 다름없는 행정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낸 때문이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한게임에 3명까지 출장시킬 수 있는 외국인선수 출전제한 규정을 위반해 어처구니없는 몰수게임패를 당했다. 이미 바데아등 용병 3명을 투입시킨 상황에서 또한명의 외국인선수를 출전시킨 김호 삼성감독은 뭐라 변명해도 납득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다.알았든 몰랐든 이를 제지하지못한 대기심판.주심등의 직무태만도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실수와 직무태만 자체가 아니다.이같은 돌발상황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전혀 마련해놓지 않은 축구행정부재가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있다.
경기감독관마저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몰라 허둥대는 바람에 쌀쌀 한 날씨속에 경기장을 찾은 수천관중은 축구 대신 볼썽사나운입씨름만 1시간동안이나 「관전」하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용병출전과 관련,상한선은 정해놓으면서 위반했을 경우 벌칙조항을 만들어놓지 않은 프로연맹의 처사는 도대체 무지한 탓인가 게으른 탓인가.만의 하나 어느 한쪽이 12명을 출전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그때 가서도 이번처럼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이유로 「웃도는 1명」의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지루한 말다툼만을벌일 것인가.
가끔 이같은 상황이 화제로 떠오르면 연맹측은 그동안 『그걸 말이라고 하는냐』는 식으로 관심밖의 사항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그러나 그토록 일어나지 않으리라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고 주먹구구 축구행정의 현주소를 여과없이 노출시키고 말 았다.축구계는 이번 사건을 행정부재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프로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보완작업을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수 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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