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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헬스케어 산업’… 덩달아 뜨는 이색 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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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청담동의 에스플란트 치과병원은 얼마 전 대체의학 전문가를 영입했다. ‘아로마테라피스트(Aromatherapist)’라는 다소 생소한 타이틀을 가진 정미영(30)씨다.

그는 주로 임플란트 시술을 앞둔 환자에게 아로마 향기를 흡입시켜 신경과 근육을 이완하고 정신적 안정을 유지해 주는 일을 한다.

정씨는 “치과의 드릴 소리가 빚어내는 공포심과 고통을 덜어 시술을 원만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시술 후에도 아로마 향으로 통증을 덜고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영국 런던에서 아로마 치료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아로마를 제도권 의술에서 벗어난 대체의학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나름의 효과가 크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고령화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으면서 ‘헬스케어(Health-care)’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로마테라피스트 같은 신종 직업들도 잇따라 출현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지고 있다.

◆임상시험 전문가=한국화이자제약의 김연정(26)씨는 ‘임상시험전문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이란 자격증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약물을 시판하려면 병원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다단계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CRA는 이런 임상시험 과정을 관장하는 일이다. 특히 해외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을 인정하고,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한 축으로 한국의 종합병원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CRA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CRA는 제약회사에 소속돼 자신이 관리하는 약물의 임상시험이 규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잘 진행되는지 종합병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오가며 조율한다. 또 임상시험 계획서를 작성하고,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한다. 단계별 보고서는 물론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까지 작성해 시판 허가를 받아낸다. 의사는 물론 환자와 식약청 담당자를 부지런히 만나야 좋은 결과를 신속하게 낼 수 있다.

김씨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임상시험 모니터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때라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약품을 공부했다”고 웃었다. 화이자에는 71명의 CRA가 일한다. 국내에선 500명가량의 CRA가 활동하는 걸로 추산된다. 이 중 약사 출신이 절반가량, 간호사 출신이 40% 정도고 나머지는 생명공학 등 유관 분야 전공자다.

◆미술을 접목=홍보대행사 엔자임에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Medical Illustrator)’가 있다. 박성남(38) 본부장이다. 그는 생소하고 어려운 의학정보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광고와 만화·일러스트레이션·동영상·디자인 등으로 시각화한다. 가령 고지혈증으로 혈관이 막히는 과정을 각종 캐릭터를 활용해 형상화한다. 미국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미술대학 진학 후 안과 전문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됐어요. 좀 더 쉬운 비주얼을 만들려면 어려운 의학 용어들을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한약 가이드=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자생한방병원에는 ‘한약 투어 가이드’가 일한다. 약제팀의 장경순(48) 부장이다. 한 주에 2~3회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로 이 병원 한약을 만드는 ‘자생탕전원’에서 한약 투어를 주관한다. 한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약재를 선별하고 한약을 만드는 전 과정을 몸소 볼 수 있게 한다. 6월 말 시작한 이 투어는 15회를 거듭하는 동안 200여 명이 다녀갔다.

장 부장은 “녹용 구매과정이라든가 약재 달이는 기계의 원리 같은 걸 설명해 주면 한약을 막연히 불신하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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