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베를린의 '한국학 전도사' 삼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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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독일 베를린 달렘지역에 자리잡은 자유대(FU)내 동아시아박물관은 지난달 26일 온통 한국 열기에 휩싸였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감독)의 상영을 신호탄으로 일주일 동안 한국의 음식.도자기 전시회와 전통춤 및 가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박물관 내 소강연장은 연일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가득 찼다. 최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가 다섯편이나 상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김치.잡채.불고기.생선전.김밥이 가득 차려진 한국음식 시식행사장은 밀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장인 박물관 맞은편 3층 건물에는 한국주간을 알리는 대형 벽보가 눈길을 끌었다. 란스 슈츠라세 5번지.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자유대학 내 한국학의 보금자리다.


독일 베를린에 한국학 붐 일으키고 있는 백승종.김병섭.박성조 교수(왼쪽부터).

이곳에서 최근 베를린에 한국학 붐을 일으키는 교수 세명을 만났다. "한국을 제대로 알리자는 생각에서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베를린 자유대 백승종(한국학)교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 한 박성조(베를린 자유대)명예교수와 김병섭(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도 "한국주간 행사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한 것 같다"면서 마냥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朴교수는 FU대학 내 유일한 한국인 원로교수로 한국학과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다. 金교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교환교수로 건너와 한국학과 독립의 기반을 닦았다. 지난 2월 임시학과장에 취임한 白교수는 올해 한국학과의 정식 출범을 목표로 커리큘럼 작성 등 실무 작업을 맡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국학과의 출범을 널리 홍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학술적으로 무게를 잡기보다는 어깨에 힘을 빼고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 한국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金교수는 한국주간의 학술세미나 진행을 위해 베를린을 다시 찾았다.

최근 대학 측은 한국학을 독립학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학은 역사문화학부에 소속돼 동양학의 울타리 과목으로 운영돼 왔다. 수십명의 교수진과 1000여명에 가까운 수강생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일본학과와 비교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었다. 朴교수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삼성.LG 등 한국기업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가는 현실을 감안해 대학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白교수는 "20여년 전부터 기울인 노력의 결과로 힘겹게 따낸 한국학과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우수 강사진 파견과 시청각 기자재 지원 등 본국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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