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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침투.소탕작전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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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군은 프로집단이다.그러나 이번 잠수함침투사건에서 보여준 군의모습은 실망스럽다.
첫째,군의 정보판단 능력이다.군은 정보본부.기무사.정보사 등실로 엄청난 규모의 기구와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그러나 공개된 객관적 사실들을 놓고 이들이 내린 정보판단에는 논리와 직관이 부족했다.이번 침투조는 북한 정규해군이다.북한해군을 왜 「공비」로 각색하는가.「북한해군침투사건」으로 표현하느냐 또는 「무장공비침투사건」으로 표현하느냐가 국내외적으로 주는 효과는 매우 다르다.전자는 중대한 사건이고 후자는 미미한사건이다.북한의 도발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려 하면서 왜 중대한 사건을 미미한 사건으로 축소 표현하는가.
「무장」이라는 말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들이 가진 무기는 호신용도 못되는 몇자루의 총과 수류탄 정도였다.공비는 「장기간」 머무르면서 행동하는 비정규전 인력이다.침투조는 3일만에 은밀히돌아가려고 했지 「장기간」 활동하러 오지 않았다 .그럴만한 비상식량도 없었다.이들을 공비로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번 침투지역은 남한내에 유례가 없을만큼 최첨단 군사시설이 15마일 직경내에 7개나 밀집돼 있는 곳이고,남침때 대규모 상륙작전이 예상되는 전략적 요충지다.해군 침투조의 특징으로 보나침투지역의 특징으로 보나 이번 침투목적은 처음부 터 자명했다.
오직 전쟁준비를 위한 군사목적이었다.그러나 군은 앞뒤도 맞지 않는 상투적 내용들을 가지고 국민을 혼란시켰다.
둘째,감시시스템의 문제다.이번에 북한해군이 사용한 접근로는 정규전에서 늘 예상했던 우선순위 1번 접근로였다.그 접근로를 감시하는 수중.수상.해안 감시시스템이 무방비였다.8대의 P-3C대잠초계기는 한국해역에 충분한 양이다.이들은 우 선순위 1번접근로는 무시하고 다른 해양만 날아다녔다.
이 수중접근로에는 수많은 음향탐지기가 설치돼 있어야 했다.유럽형은 싸고 좋은 반면 미국형은 효과에 비해 너무 비싸다.이는다른 율곡사업에 비하면 돈이 아닐 만큼 싸다.그러나 관계자들은「잿밥마인드」 때문에 언제나 유용성보다 돈액수 가 큰 장비에만눈독을 들여왔다.해안감시장비 역시 돈도 아닐만큼 싼 것들이다.
이들 역시 잿밥마인드 때문에 6~8년씩 지연됐다.
공중도 뚫려 있다.공군은 최고 비싼 레이더를 17개나 설치했다.과포화된 레이더들은 상호간섭을 일으킨다.중고도 항공기에 대한 탐지율은 불과 30%정도다.3백 고도의 항공기에 대한 탐지율은 13%정도다.그래서 중국민항기,IL-28기, 미그기들이 날아와 헤매고 다녀도 탐지하지 못했다.반대로 있지도 않은 적기를 있는 것으로 전시시켜 주기도 한다.허상을 좇아 공군기들이 하늘을 헤매다가 싱겁게 돌아온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작전능력이다.최초 반응속도도 너무 느렸다.수색작전도 인해전술식으로 요령이 없었다.평소에 지형을 연구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퇴로 집중배치 방법이 동원되지 못했다.오인사격을 부를만큼 질서가 없었고,오발사고를 부를만큼 기율도 없었다.깊은 산속에서는 자기의 위치를 지도에서 판독하지 못한다.단가가 수백달러에 불과한 GPS라는 자기위치판독기는 90년도부터 소요제기됐지만 지연되고 있다.
이번 작전을 통해 군을 가장 불신하는 사람들은 예비역들일 것이다.그들은 대부분의 아군 피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다.안전사고와 오인사고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침투조를 생포하지 않고 무조건 사살할 것이라는 예언도 바로 예비역들 이 했다.우리는 6.25때 평양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호언했던 군수뇌들을 기억한다.문제없다고 호언하는 군,변명으로 책임을 벗으려는 군은더이상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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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萬元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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