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仲秋節-추석 효를 실천하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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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자에서 백중숙계(伯仲叔季)는 첫째부터 넷째까지의 항렬(行列)을 뜻한다.예를 들어 공자(孔子)의 자(字)가 중니(仲尼)이므로 「둘째」였음을 알 수 있고 충절(忠節)로 유명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각각 맏이와 셋째 아들이었음 을 알 수 있다.후에는 그냥 큰 사람을 伯,작은 사람을 叔이라고만 불러 백부(伯父).숙부(叔父)라는 말이 나왔다.
仲은 伯과 叔 사이,곧 「가운데(中)에 위치한 사람(人)」 또는 「가운데」의 뜻이 있다.중개사(仲介士).중매(仲媒).중재(仲裁).백중세(伯仲勢)가 그런 경우다.
따라서 仲秋節이라면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절기」라는 뜻이 된다.음력 8월15일로 추석(秋夕)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이때는 오곡백과(五穀百果)가 영글어 1년중 가장 풍요(豊饒)를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또 날씨마저 쾌적할 뿐만 아니라 이날의 달은 1년중 가장 컸으므로 마음까지 풍요로웠다.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만큼만…」하고 바랐다. 또 이 때는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께 바쳤는데 이른바 「천신(薦新)」이 그것이다.남달리 효심(孝心)이 강했던우리 선조들은 가을의 결실을 조상의 은덕(恩德)으로 여겼던 것이다.물론 성묘(省墓)도 빠뜨릴 수 없다.묘를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孝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처럼 仲秋節은 효와 관계가 깊은 날이다.매년 이맘때면 연출되는 민족의 대이동(大移動)도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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