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현 각료 부인과 4년 전 불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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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4년 전 내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현재의 각료 부인과 불륜관계를 맺었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이 각료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불륜 관계는 프랑스의 경찰 정보기관인 통합정보국(RG) 국장으로 12년 동안 재직하다 2004년 퇴직한 이브 베르트랑의 개인 메모에 기록된 내용이다.

베르트랑은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등 프랑스 유력 정치인들의 사생활을 감시해 자크 시라크 등 역대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개인 메모에는 정치인들의 마약 복용과 혼외 정사, 중상모략, 부패 등 폭발성이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그의 2003년 메모에는 “시라크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프랑스 법원은 정보기관의 불법적 정치 사찰을 심리하기 위해 최근 베르트랑의 개인 메모를 압수해 조사하고 있다. 이 메모가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푸앵에 유출됐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RG는 시라크 대통령 임기 중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활동하던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뒤를 집중적으로 캐고 다녔다고 르푸앵은 보도했다. RG가 입수한 정보 가운데 일부는 사르코지의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여사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실리아 여사는 지난해 말 사르코지와 이혼한 뒤 전 남편의 혼외정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베르트랑은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메모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보관하고 있던 정보”라며 “RG 수장이 정치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사르코지 당시 내무장관은 자신을 중상한다며 베르트랑을 해임했다. RG는 올 7월 대테러 정보기구인 국토감시국(DST)과 통폐합되면서 없어졌으며, 대신 국내중앙정보국(DCRI)이라는 거대 정보기관이 출범했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정보기관의 정치 사찰 기록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다.

르푸앵은 “베르트랑의 메모는 프랑스 공화국의 암실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비밀 경찰의 활동은 민주주의를 와해시키고 삶을 파괴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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