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판 '사이 영賞'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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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92년부터 내셔널리그 방어율 3년연속 1위,9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준 장본인.덕아웃과 마운드에서의 매너도 수준급.
이상은 그레그 매덕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탄생시킨 가장 위대한 투수 매덕스는 한번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적이 없다.70년대를 주름잡았던스티브 칼튼(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마찬가지고 90~92년아메리칸리그 방어율 3연패를 기록한 로저 클레 멘스(보스턴 레드삭스),최근 4년 연속 탈삼진 1위를 기록한 랜디 존슨(시애틀 매리너스)도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왜 그럴까.이유는 간단하다.투수는 팬들에게 매일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에브리데이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MVP 가 진정 팬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수라면 4~5일에 한번씩 나타나는 투수보다 매일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야수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대신 투수에게는 「사이 영상」이라는 투수들만의 상이 있다.일본도 마찬가지다.47년부터 「사 와무라상」을 제정,최고투수에게 시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투수가 MVP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내셔널리그는 68년 보브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MVP로 뽑았다.깁슨은 그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저방어율(1.12)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내셔널리그는 깁슨이후 27년동안 아직 투수 MVP를 탄생시키지 않고 있지만 투수도 언제든지 MVP가 될 수 있다.일본의 영웅 노모 히데오도 90년 사와무라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우리도 투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상을 만들어야 한다.투수와 야수를 똑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이태일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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