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기고>대학설립 자율시대 교육의 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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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에도 대학생수가 1백명 안팎인 미니대학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명실공히 대학의「슈퍼마켓 시대」가 열리고 있다.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대학 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작은 대학을 세우겠다고 신청한 대학이 62개교에 달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대학 설립준칙주의는 대학 설립에 그동안 엄격하게 적용돼 왔던 정원 규제나 학과 설치기준등을 없애고 대학교육에 필요한 기본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대학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은 첫째,해방 이후 지속돼온 획일적 대학 체제로 인해 저하될대로 저하된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개혁의식이다.둘째는 대학 학사운영을 개선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소비자인 학생 위주의 전문교육을 강화시켜 직업현장과 연계된 대학교육을 실행해야겠다는 대학교육 질 개선의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을 개성있는 전문교육과 특색있는 다양한 형태로변화시킴으로써 미래 대학교육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도 항상 우리 대학교육 개혁의 현장에서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미니대학이 제 뜻한 바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행상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이 더 많다.
아무리 작은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미니대학들이 인문사회 혹은 종교분야등 한쪽 분야에만 편중돼 설립되어서는 곤란하다.이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이 설립돼야한다.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에서 경쟁력을 촉진하 기 위해 신경써야 하는 곳은 이공.정보공학등 첨단기술분야,혹은 의학.약학.
생명공학.예술분야등 그동안 투자 규모나 성격상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육성이 어려웠던 분야들이다.
행정부는 미니대학 교육과정의 전문화와 내실화를 위한 보완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동네 구멍가게를 슈퍼마켓으로 간판을 바꿨다고해서 질이 더 좋아진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부실은 설립인가 때부터 부실했기에 지금과 같은 부실한 대학교육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대학 설립인가의 부실함 때문에 대학교육의 기형아들이 태어났던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준상 연세大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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