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국제영화제가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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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3일부터 9일동안 항도(港都)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1일 폐막했다.이번 영화제엔 31개국,1백67 작품이 참가했다.우선 규모면에서 이제 막 출범(出帆)한 영화제로선 놀랄만한 성과다.더욱 놀라운 것은 20여만명 관객들이 관람,좌석점유율 90% 이상의 대성황을 이룬 것이다.우리 국민,특히 젊은층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양(量)뿐 아니라 질(質)에 있어서도성공적이다.7개부문중 가장 주목받은 「아시아영화의 창(窓)」은아시아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그 문제점을 거론함으로써 아시아영화가 앞으로 나아갈 진로(進路)를 모색했다.현재 아 시아 영화산업은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맞서 고유한 영화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공통과제에직면해 있다.이번 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살 길을 찾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문화적 연대를 확인하는 기회 가 됐다.
서구영화의 최근 경향을 소개한 「월드 시네마」는 특정 영화제수상작에 편중된 아쉬움이 있지만 세계영화의 조류를 알 수 있는좋은 기회가 됐다.단편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영화를 한데 모은 「와이드 앵글」은 그동안 그 존재 자체가 불명(不明)했던 한국 독립영화를 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한편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국영화회고전」과 「코리안 파노라마」는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마케팅 측면의 성과와 함께 한국영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자성(自省)하는 계기가 됐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며,문화가 한 나라 국력의 척도(尺度)가 되리라는 전망이다.영화는 문화의 중요한 요소일뿐아니라 산업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미국영화는 미국의 5대산업중 하나며, 스티븐 스필버그는 『주라 기공원』이란 영화 하나로 9억달러 가까운 흥행수입을 올렸다.부산국제영화제의성공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한국 영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를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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