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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음 회에 갔을 때의 에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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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하는 와인 시음 파티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으련?”
“그런 모임이 있다 구?”
초보시절 한창 와인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받은 어느 친한 언니의 전화였다.
“이번 주 금요일이니까 시간 비워둬. 알았지? 막무가내로 약속을 정하고 끊어 버린 수화기를 보면서 내심 설레 임과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와인클럽 모임이란 것이 생소했고 어떤 분위기 일지 많이 궁금했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멋진 사람들이 많을 거야. 혹시 와인을 마실 때 무슨 법도가 있는 건 아닐까..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하나? 만약에 잘 몰라 실수해서 창피당하면 어떡하나?” 여러 가지가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이야기만 들었던 와인 클럽 모임이란 곳이 어떠한 곳 인지 일단 한번 가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또 걱정했다.

멋지게 정장 차림을 하곤 행사장에 도착하니 약 30-40여명의 사람들이 모인 듯 했다. 약 2시간 동안 시행되는 테이스팅 이 모임의 중간 바 쪽으로는 모임을 주최한 듯한 사람이 와인을 서빙하고 있었다. 그는 청바지에 편한 셔츠 차림이었다.

와인글라스를 받아 든 나는 주변사람들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다. 와인의 색상을 보기도 하고 향기를 맡기도 하도 그리고 맛을 보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 이외로 편하고 캐쥬얼한 분위기의 와인 모임은 무르익었다. 가끔씩 와인이야기도 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와인은 단지 맛이 어떻다 정도에 대한 코멘트만 한다. “에이 별거 아니군… 괜히 마음 졸였네…”

처음 와인커뮤니티나 동호회에게 갈 때처럼 어색하고 멋쩍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나, 일단 이들의 세계로 들어가 와인을 마시다 보면, 알코올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쉽게 동화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와인은 마음을 여는 대화의 술’이라는 것을 확실히 공감할 것이다.

와인의 계절,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다양한 와인 시음 회 라든가 와인 동호회 모임들이 수시로 열린다. 만약에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고 싶다면 한번 이러한 모임에 가볼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자신의 와인 지식 배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므로 자연스러운 사교 모임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인터넷 덕택인지 많은 와인동호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특징과 스타일을 가지고 모임을 가지기도 한다. 일부 동호회는 진지하게 와인을 공부하기도 하고 일부 동호회는 와인과 사교를 잘 접목하여 모임을 갖기도 한다. 순수하게 와인이 좋아서 내지는 와인을 알고 싶어서 모이게 되는 모임은 크든 작든 자신의 취향이나 코드에 맞추어 신중하게 잘 선택하면 좀 더 즐겁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와인 전문샵 에서도 다양한 와인 시음 회가 유료로 혹은 무료로 개최하고 있으며 국내 와인 수입업체들은 자신들의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와인 메이커스 디너’와 같은 저녁 식사를 겸하여 5-6가지 정도 되는 다양한 와인들을 맛보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식사를 하는 우아한 모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임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 와인 전문 사이트나 와인 동호회가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다.

와인 시음 회에 갔을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에티켓.

1) 먼저 와인 시음을 목적으로 한다면 향이 진한 향수나 헤어스프레이 등은 금물. 와인 향기를 느끼는데 방해가 된다.

2) 와인을 시음할 때 혹은 와인을 마시기 이전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제하도록 한다. 이는 당신에 대해 미각이 별로 발달되지 않아 와인의 맛을 잘 모른다는 인상(평가)을 주변 사람들에게 주게 될 것이다.

3) 만약에 당신이 와인 시음을 하기 전에 껌을 씹었거나 혹은 금방 커피를 마셨다면 와인을 시음하기 전에 입안을 물로 씻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와인의 순수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4) 대부분의 공식적인 와인 시음 회나 시음 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되는 시음 장소라면, 당신의 와인 잔이 채워지고 와인의 설명을 들었으면, 그 테이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주게 된다.

5) 마시는 와인에 관한 평가를 할 때엔 특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주로 시음 회에서 와인을 서빙하는 사람은 그 와인회사의 관계자이거나 상점의 사장일 경우가 많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소개하는 와인에 관하여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와인을 나쁘게 평가하시는 것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와인 시음 회에 참가 한다는 것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를 하는 주요 목적은 와인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대부분의 와인을 맛보았고 관련 직원에게 아주 많은 질문을 하고는 아무런 구매도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최성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