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율 오른 속도만큼 빨리 떨어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면 그 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법인데도 미국은 정반대다. 위기의 진원지인데도 달러값은 거의 모든 나라의 통화에 대해 강세다. 미국에서 돈이 말라붙자 기업·금융회사·펀드 할 것 없이 그동안 해외에 깔아 뒀던 투자자산을 처분해 거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처분한 물량(순매도)은 38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이 달러로 바뀌어 나라 밖으로 나가는 통에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른 것이다. 또 국제적인 자금난 탓에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외화를 빌려올 수 없게 되자 달러값은 더 비싸졌다.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국제금융의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선 이게 너무 심해 ‘미니 환란’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내부의 약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경상수지인데, 적자폭이 1~8월 126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8월 한 달에만 47억 달러의 적자가 나는 바람에 충격이 컸다. 경상수지 적자는 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까지를 마른 섶에 비유한다면 불을 지른 성냥은 한쪽으로 쏠린 불안심리다. 앞으로도 달러가 계속 모자랄 것이고, 이 때문에 환율은 더 오르겠다고 예상하는 불안감이 한 방향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학습효과 탓인지, 모두들 달러를 움켜쥐고 있으려고만 한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장은 “수출기업들도 물건을 팔아 마련한 달러를 가급적 안 내놓으려 한다”고 말한다. 환테크 수준을 넘어 달러를 ‘구명조끼’라도 되는 듯 여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선 달러 매물이 확 줄어든 반면 사자 주문이 넘치고 있다. 10월 들어 현물환 거래량은 하루 55억 달러 정도였다. 9월(80억 달러)에 비해 30%나 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액의 거래가 환율을 휙휙 끌어올리는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8일 “현재의 환율 상승은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순유출에 기인한 것으로 이미 예상됐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10월부터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하락한 데다 환율상승으로 해외여행 등에 따른 지출(서비스수지 적자)이 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확실한 숫자로 나온 게 아니므로 긴가민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나아가 시장의 쏠림에 투기세력이 개입했다고 지목했다. 금융감독원은 외환딜러들의 위법매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딜러들은 구태의연한 대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간부는 “달러를 사두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J-HOT]

▶"작년 12월에 20억 빌렸는데 30억 넘게 갚을 판"

▶'사채업 루머' 백씨 "故최진실, 자살 직전 전화 두번 걸어왔는데…"

▶'살고 싶은 도시' 1위는 서울 강남구 아닌 '이곳'

▶박희태 "보약 한번 먹은 적 없다, 건강 비결은…"

▶세계대학평가서 카이스트 95위, 서울대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