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이징 통일회의'주선 在獨 송두율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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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송두율교수 약력 ▶1944년 도쿄(東京)에서 출생 ▶63년 서울대 철학과 입학 ▶65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71년 뮌스터대.하이델베르크대.베를린 자유대에서 철학.화학.경제사 강의 ▶72년 독일에서 하버마스의 지도로 박사학위 받음 ▶74년 재독(在獨) 반유신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의 초대의장 ▶91년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김일성 종합대에서 강의 ▶94년 현재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통일을 위한 남북한.해외동포학자 학술회의」는 독일 훔볼트대 송두율(宋斗律.52)교수의 적극 주선으로 이뤄졌다.
남북한 만남의 가교역할을 했지만 막상 본인은 반체제 지식인으로 낙인찍혀 30년째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얼마전(8월21일)부친상을 당했으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30년간 독일에서 살면서 「민족지성」의 힘으로 분단극복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색해온 그는 최근 「남북 학문공동체」형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학자들이 우리 현실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번 학술회의도 이 런 생각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회의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저는 91년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金日成)주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등 북한사회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남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습니다.이런 이유로 남북한 사이에 제 나름대로 기 여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다른 것과 같은 것을 인정하는 위에서 공동의 대화체계를 개발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을 그들의 「내재적」논리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은 「자주적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그러나 주체의 언어가 완결적이라 하더라도 유치한 사투리로 표현되어서는 보편화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자주성을 어떻게 파악해야 합니까.
『북한은 자주성의 바탕위에서 현대성을 추구합니다.현대화가 자주성을 위협할때 자주성이 우선합니다.중심없는 복제(複製)와 속도만이 평가받는 정보화시대에 자주성과 현대성을 결합하려는 노력이 민족의 통일에 결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 각하지 않습니다.』 -남북의 차이가 심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화해가 가능할까요. 『남한은 발전의 논리에 의해 20,30년을 달려왔으며,북한은 자주성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 왔습니다.그 결과 동시기에 존재하지만 비동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현재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시간표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철학적.지적 작업 이 없는 정치.군사적 해결은 엄청난 고통과 문제를 수반하게 됩니다.
한 공간 안에 같은 시간체험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하는게 필요합니다.』 -독일 통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유추하는 사람들이있습니다만.
『서독과 남한 사이에는 자본주의의 발전정도,복지수준,그리고 사회통합의 수준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그리고 소련이 손을놓자 곧 붕괴한 옛동독과 북한은 같을 수 없습니다.북한은 전쟁이후 자신의 언어,사회이념적 주체를 개발해 아직 나름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특수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宋교수께서 비판하는 동양주의적 관점을 정당화하는 결과가 될 수도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많은 것을 도덕적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그것을 반지성주의나 봉건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합니다.소련이 이론이 없어 망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물론 북한의 책임도 있습니다.밖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이해할 수 도 없습니다.김일성 주석이 북한에 와서 한학기 강의해 달라고 했던 것도 이런 것을 깨우쳐 달라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학문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남북학자들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제 남한의 지식인도 말린 올리브잎을 가져와 올리브라 하지말고 뿌리째 가져와 우리 땅에서 살려내야 합니다.또 북한은 국제적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방어적이 아니라 교류를통해 상호이해를 증진시켜야 합니다.이번 기회는 이런 의미에서 학문의 공동체적 힘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베이징=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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