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에디트 마티스 독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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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에서 성악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청중이 없다는 이유로 「열린음악회」류나 부실공연으로 치닫는 오페라 공연에 출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과 싸우면서 예술적 이상을 추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독창회는 예상밖의 호응으로 우리 성악계 풍토에 경종을 울려주었다.객석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성악가들의 표정에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런 독창회를자주 볼 수 없는 것은 성악가의 책임인가, 청중의 책임인가.
마티스의 독창회는 국내에 음반이 먼저 소개된후 그 명성에 힘입어 내한공연이 추진되는 최근의 경향과는 거리가 멀었고 프로그램도 베르디나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가 아니었다.요란하지않지만 내실있는 무대를 추구하는 「96가을축제」 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마티스는 이날 공연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지휘 정치용)의 반주로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바흐의 결혼칸타타 『이젠 사라져라,슬픔의 그림자여 BWV202』,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련다,그러나 어디로 K.583』『 크고 고귀한마음 K.578』『엑술타테 유빌라테 K.165』등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노래는 올해 회갑을 맞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20대 성악가의 연주를 듣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맑고 신선하게 다가왔다.성악가의 생명력은 모차르트를 갈고닦는데서 비롯된다는 교훈을 남겼다.탄탄한 기 본기와 테크닉,유연성있는 호흡과 표현력에다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음정과 발성은 진한 여운의 감동을 주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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