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남녀 사랑그린 MBC 월.화드라마'애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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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방극장에 『애인』(MBC)열풍이 일고 있다.
때아닌 열풍의 진원지는 이 드라마의 파격적 내용과 전개방식이다.멜로드라마의 가장 흔한 단골메뉴인 「불륜」을 소재로 택했지만 그리는 방식이 아름답고 신선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방영 초기(4회 방영)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내 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대단해 벌써부터 PC통신에는 「애인논쟁」이 한창이다.앞으로 진행되는 내용의 깊이와 정도에 따라서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애인』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30대 유부남.유부녀인 주인공 정운오(유동근)와 윤여경(황신혜)의 사랑이야기가 드라마의 큰 줄기.두사람 모두 나름대로 성공적인 가정사를 꾸려가는 건실한 사회인으로 기존의 「엄숙주의」잣대로 ■ 자면 불륜행각의 주인공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인물이다.
그러나 이 두사람의 「바람피우기」가 전혀 추하지 않게 그려지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소재는 진부하지만 구성은 깔끔하다』 『결혼전 사랑만을 담아내고 있는 기존의 드라마보다 훨씬 발랄하고 재미있다』는등의 긍정론이 일단은 우세해보이 지만 『우리정서에 안맞는다』『불륜을 정당화시킨다』는등의 보수적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2일부터 월.화 매주 2회 방송되고 있는 『애인』은 당초 30대 출연자로 30대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하지만 새 얼굴이 없는 출연자들의 평범한 면면과 불륜관계의 묘사란 편견으로 관심밖이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 나 있는 재료를 그대로 이용했으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과 연출감각으로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깨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자신이 30대인 연출자 이창순PD가 30대의 내면 풍경을 진솔하게 그리게 된 이유는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서울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걸어서 갈 수도 있고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특별한 소재나 새로운 제작기법은 없지만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같다.』 기혼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분명히 숨어있는 이런 만남을 그리기 위해 『애인』은 주인공들의 섣부른 파국(이혼)을 용납하지 않는다.순간의 격정적 감정의 회오리를 추슬러 둘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애인』은 연출자의 절제력 못지 않게 연기자들의 호연도 인기에 한몫 하는 요소.능청스런 유동근과 깔끔한 황신혜의 대비되는연기는 완벽한 조화미를 과시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히트작을 낸 MBC는 당초보다 6회분을 늘려 16부작으로 연장하고 일요일(오후2시)엔 재방송하는등 모처럼 환한 표정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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