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장새풍속>3.강세보이는 '실험적' 한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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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요즘 한국화는 상당수가 한국화인지 서양화인지 혼란스러워요.
그런데도 한국적인 멋과 감각이 살아있어요.정적인 느낌의 전통적인 한국화보다 현대적 감각에 맞는 작품들이어서 좋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한국화가 사석원씨 개인전 전시장에서 만난 미술애호가 Y(47)씨의 말이다.최근 한국화의 변화를좇는 애호가들의 기호를 한마디로 짚고 있다.
30~40대 소장.중견 한국화가들을 중심으로 그림의 바탕인 화폭,그림 그리는 재료,구성 방법등 모든 면에서 동.서양화의 방법을 혼합하거나 입체적 조형의 실험적인 작업으로 장르개념을 본격적으로 허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이들의 새로운 한국화작업이 시장성을 확보,이제는 한국화시장을 리드하는 분야로 성장해가는 추세다.
『80년초까지는 한국화가 화랑을 먹여 살렸다』고 화랑가가 회고할 만큼 미술시장을 움직였던 한국화가 80년대 10여년간 서양화붐에 눌려 허덕이다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형세라고나 할까.
70년대 중후반 이후 아파트군의 등장과 함께 붐을 탄 동양화는 서서히 동적인 서양화붐에 밀리면서 80년대 침체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미술평론가 이규일(李圭日.미술사랑 대표)씨는 『80년대 내내서양화가 미술시장을 주도하자 90년 들어 한국화가들도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점차 강한 채색화,서양화 재료와 비구상형식을 도입한 실험적인 작품들 이 등장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먹과 한지 외에 서양화의 오이.아크릴.과슈등과 캔버스.혼합매체.동유화(銅釉畵).릴리프(부조)입체작업등 현대성을 가미한 신선한 시도는 평단이나 미술애호가의 호응속에 인기 작가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종상.송수남.원문자.김근중.장혜용.이왈종.황창배.김병종.이철량.박유아.김훈씨등 30~50대까지 다양한 연배의 한국화가들이 지명도를 타고 안정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왈종.황창배씨같이 교직을 떠나 전업작가로 작품제작에만 전념하 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는 새로운 한국화작업이 점차 뜨거워지는 일반의 관심 속에 시장성을 확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새로운 한국화작업으로 성공한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구성이나 재료.기법등에서 실험적이면서도 「우리것적인」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탄탄 하게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조형적으로는 구상과 표현주의적인 비구상을 적절하게 혼합한 형태인 점도 눈길을 잡는다.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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