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샴페인’에 취하는 일본 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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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이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일 끝난 일본 최고 권위의 일본여자오픈에서 이지희(진로재팬)가 우승하면서 한국 여자선수들은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아홉 번째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지희·전미정(진로재팬)·신현주 3총사가 2승씩을 거뒀고 신지애(하이마트)·임은아·송보배가 1승을 거뒀다. 아직 시즌 중인데도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거둔 총 승수(6승)를 훌쩍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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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는 15명 내외. 이들은 올해 열린 29개 대회 가운데 32%인 9승을 합작했다. 3개 대회 가운데 1개 대회는 한국 선수가 우승했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올해 열린 3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2개를 석권해 일본 선수들에게 공포심마저 안겨주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은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상금랭킹 1위인 이지희는 평균 타수, 그린 적중률, 스크램블(그린 적중 실패 시 파나 버디를 할 확률) 등 주요 기록에서 1위를 달리며 일본의 ‘골프 여왕’으로 떠올랐다. 신지애도 올해 일본 대회에 네 차례 출전, 우승 한 번과 준우승 세 번을 차지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스윙코치 제이 윤은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장점을 잘 이용한다. 특히 정신력이 강해 위기 탈출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에스더와 임은아는 일본 투어에서 요코미네 사쿠라 등과 최장타 경쟁을 할 정도로 장타력도 뛰어나다.

J골프 김성식 PD는 “앞으로 일본 투어에도 많은 한국 선수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투어에서 뛰는 선수뿐 아니라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행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투어는 1년 동안 37개 대회를 개최하며 총상금이 380억원 규모다. 상금 규모가 미국(약 660억원)의 60% 수준이며, 국내 투어의 네 배쯤 된다.

한국 선수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있다. 일본 여자투어는 올 연말부터 룰 시험에 통역 입회를 금지했다. 룰 시험을 일본어나 영어로만 봐야 하기 때문에 일부 한국 선수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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