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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부품·IT업체와 활발히 제휴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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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만도 등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죠. 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이 좋아 앞으로 구매를 크게 늘리겠습니다.”

올해 110주년을 맞은 파리 모터쇼의 ‘안방마님’은 역시 프랑스업체인 푸조-시트로앵(PSA)과 르노다. 그중 푸조는 프랑스 내수 1위 업체다. 3일 모터쇼장에서 만난 장 필리프 콜린(52·사진) 푸조 사장은 “자동차의 전자장비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에는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 외에 LG전자 등 뛰어난 IT업체가 많아 사업 제휴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파리 모터쇼에는 어느 때보다 소형차가 많이 선보였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 전망에 대해 “경제성이 뛰어나고 환경 친화적인 소형차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형차는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연료전지 차량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중대형차에 비해 연비가 20∼30% 좋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0%에 불과하다. 그는 미래를 주도할 친환경차로 첨단 디젤과 ‘스톱 앤드 스타트(정지했을 때 컴퓨터가 엔진이 멈추게 하는 것)’ 방식을 꼽았다.

자동차 업체들이 그동안 중대형차에 주력한 이유는 소형차에서 이익을 내기 쉽지 않아서다. 그는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만들려면 실내에 앉았을 때 소형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푸조의 소형차 전략은 차체는 작지만 실내를 넓게 하는 기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형차로 흑자를 내려면 대량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조 소형차인 207은 연간 50만 대 이상 팔린다.

푸조는 지난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최근까지 사무직을 포함해 6000명을 감원했다. 콜린 사장은 “전체 종업원의 5%에 해당하는 군살을 뺐더니 회사가 잘 돌아간다. 앞으로 낭비 없는 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엔진과 차체를 사용한다. 유럽에서 두 브랜드가 차별화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푸조 역시 시트로앵과 엔진·차체를 공유한다. 시트로앵과의 차별화에 대해 묻자 “디자인과 스타일을 차별화해 아주 다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PSA디자인 센터에는 한 명의 총괄 디자이너 밑에 푸조와 시트로앵을 각각 전담하는 총괄 디자이너를 따로 둔다”고 설명했다. 푸조는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반면 시트로앵은 차체가 커 보이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패션 그룹인 루이뷔통을 예로 들었다. 그룹 산하에 몇 개의 럭셔리 브랜드가 있지만 철저히 디자인에서 차별화해 성공했다는 얘기다.

콜린 사장은 파리 고등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IBM에 입사해 IT업계에서 22년간 일했다. 2004년 푸조 구매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해 올 3월 사장에 올랐다. IBM 근무 시절 한국에 10번 이상 다녀갔다. 그는 “IT산업에서 1~2년 주기의 빠른 상품 사이클을 경험한 것이 푸조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통상 신차가 나오기까지 6, 7년이 걸려 상대적으로 IT에 비해 보수적이다.

향후 IT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에 대해선 “자동차와 I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발전을 보면 IT와 자동차의 컨버전스가 급속히 진행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조-시트로앵은 지난해 336만 대를 팔아 현대·기아차, 혼다에 이어 세계 자동차 업계 7위다.

파리=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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