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는 돌과 메탈의 조합 여인과 만날 때 부드러워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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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12면

1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로 만든 목걸이 ‘루시퍼’. 2 요르단의 라리아 왕비를 위해 만든 티아라. 여왕이 원하는 메시지를 캘리그래피(직접 손으로 쓴 글자를 이용한 디자인)로 표현한 것이 특징. 3 꽃잎처럼 원석을 감싼 세팅이 눈에 띈다. 4 ‘미녀와 야수’ 목걸이. 대칭과 비대칭의 묘미를 살려 만든 디자인은 넝쿨처럼, 나뭇잎의 잎맥처럼 자유롭고 생명력 있어 보인다.

올해 초 감각적이고 젊은 고객들을 위해 선보인 ‘미스 프레드 컬렉션’은 별과 달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았다.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우아한 여성들의 유니폼인 샤넬에 붉고 푸른 별을 새겨 넣은 것처럼 고급 하이 주얼리에 동화 속 별과 달을 박아 ‘경쾌한 품격’을 연출한 사람은 바로 주얼리 디자이너 얀 시카드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최근 프레드는 과거의 클래식한 컬렉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디자인적인 면에서 하이 주얼리는 건축과도 같다. 에스프리(정신)는 유지하되 기술적으로는 현재를 뛰어넘는 한계의 극한을 꿈꾼다. 우리는 그 고민을 오랫동안 해 왔고, 그 결과물을 한국의 고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왔다.

‘하이 주얼리는 건축과 같다’는 표현이 독특하다.
원석 이외의 구조는 그 원석을 받쳐 주기 위해 존재한다. 말하자면 원석은 정신이다. 최대한 정제되고 심플해야 좋다. 하지만 메탈 세팅은 어떡하면 더 아름답게 원석을 받칠 수 있는가 하는 기술적 문제로 이어진다. 화려함·모던함·순수함 등 디자이너와 고객의 욕구에 따라 모습과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움직임’이다. 예를 들면 나는 다이아몬드가 물과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주얼리가 여인의 목에 걸렸을 때 나는 그것이 물결처럼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졌으면 한다. 주얼리란 결국 돌과 금속의 조합이다. 여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에 닿는 것인데 소재는 둘 다 단단하다. 이 딱딱한 재료들이 여인의 목과 손에 걸리는 순간 부드럽게 변하는 이중적인 느낌이 나는 좋다.

프레드에서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미녀와 야수’ 컬렉션은 알다시피 동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려서 읽은 책에서 야수가 사는 성은 신비한 느낌의 덩굴로 덮여 있었다. 그것을 표현한 것인데 이 넝쿨은 혈관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나뭇잎의 잎맥 같은. ‘루시퍼’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보석이 박힌 곳과 없는 곳이 있고, 메탈 폭도 좁아졌다 넓어졌다 한다. 원이 살아서 계속 맴도는 느낌이 들지 않나?

생각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니 행복한 직업을 가졌다.
처음에는 벽화를 그렸다(프랑스 국립예술학교 졸업). 지금의 주얼리 디자인 역시 같은 공간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내게 주어지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웃음). 크게 그릴 때는 더 많은 것, 꽉 차는 느낌을 중시했다. 하지만 주얼리라는 작은 공간을 디자인하다 보니 뭔가 분명하고 더 확실한 게 필요하더라.

평한 신이 당신에게 유일하게 주지 않은 능력은 뭘까?
춤 솜씨다(웃음). 공간(스튜디오) 안에서 공간(주얼리) 작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정말 멋져 보여야 하는 공간 연출은 실패한 셈이다. 댄스홀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원석은?
자수정이다. 나의 탄생석이니까. 다음은 탄자나이트. 푸른빛과 보랏빛을 동시에 갖고 있어 아주 차가워 보이는데 오래 들여다보면 조용한 온기가 느껴지는 보석이다. 비싸진 않다.

부쉐론, 반 클리프 아펠 등 주얼리 명가를 모두 거쳤다. 프레드는 그들과 어떻게 다른가.
프레드의 역사는 아직 짧다. 그래서 오래된 가문의 전통은 없다. 대신 규칙이나 관습에서 자유롭다. 한계가 없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결혼할 때 아내에게 준 결혼반지는 직접 디자인했나?
물론. 곳곳에 다양한 색깔의 보석이 박힌 큰 나뭇잎이 월계수 관처럼 손가락을 싸는 디자인의 반지다.

오리엔탈에는 관심이 없나?
당연히 관심이 많다. 한국에는 처음이라 시간이 되는 대로 박물관에 들러 보고 싶다. ‘한국의 선’이 아름답다고 들었다. 너무 바쁘면 서점에 가서 책이라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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