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 수해지역 복구 문제점-法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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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문산.연천.철원등 경기.강원지역에 수마가 할퀴고 간지 37일째를 맞았지만 일부지역 수재민들은 아직도 천막살이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기습호우로 집을 잃은 수재민들은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천막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구호품으로 지 급되는 쌀로 연명하고 있다.침수지역 농경지 대부분은 황토.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그런데다 정부의 지원이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아 파손된 주택수리,농지정리등 복구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그래서수재민들의 시위.항의농성이 잇따르고 있다.연천군민 1천여명은 지난달 22일 전곡역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수해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적절한 보상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수해복구행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짚어 본다.
[편집자 註] 지난해 6월 제정된 자연재해대책법은 「태풍.홍수.호우.폭풍.해일.폭설.가뭄 또는 지진과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 경우 피해면적이 30% 이상인 이재민에 한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경작규모에따라 보상내용에 큰 차이가 있어 일선 시.군은 개정을 요구하고있다.이 법에 따르면 경작규모가 2㏊ 이하인 빈농(貧農)의 경우 ▶1백20~4백㎏의 양곡지원▶학비보조(중.고생 수업료면제)▶영농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농약대금 지원( 침수 1㏊당 3만9천5백원)▶유실 또는 매몰 농경지 복구비 60% 지원(나머지 30%는 융자,10%는 자체부담)등의 도움을 주게 돼 있다. 반면 경작면적 2㏊ 이상인 수재민은 학비.영농자금.농약대금 지원등이 전혀 없다.다만 주택이 파손됐을 때는 경작규모와 관계없이 지원하고 있으나 최대 지원액이 1천8백만원에 그친다.
이 가운데서도 순수한 국고지원액은 30%(5백40만원 )뿐이다.나머지는 융자(60%)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가 4천여만원짜리 주택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바람에 무주택자가 된 연천군연천읍상2리 이장 김석근(58)씨는 『5백40만원으로 어떻게 새 집을 지을 수 있겠느냐』며 『피아노.냉장고.가구등 3천여만원에 달하는 세간살이 피해에 대한 보 상은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91년7월 경기도안성군보개면.금광면.양성면등 10개면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주택 안채와 행랑채가 전파되는 피해를 보았던 안성군양성면미산3리 한기성(韓基城.45)씨는 『집을 새로 짓기 위해서는 3천만원이 필요했는데 정부지원금은 무상보 조금 2백만원,주택융자금 7백4만원 뿐이었다』고 했다.게다가 융자금도 집을 모두 짓고 등기를 낸 후에야 받을 수 있어 韓씨는 이곳저곳에서 이잣돈을 빌려 집을 지은 뒤 다음해인 92년2월 연이율 7%로 겨우 융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가 수해 이후 10일 가량 실시한 피해실태조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연천군의 경우 주택피해를 집계할 당시인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외형이 멀쩡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던 연천읍상2리 주택 20채가 이달 들어 건물이 점차 뒤틀 리거나 지반이 내려앉는등 추가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나 피해보상을 요구할수 없는 실정.
주민 이종수(李鍾洙.54.농업)씨는 『조사 당시에는 겉으로 멀쩡하던 30평 규모의 단층 슬레이트 벽돌집 천장이 10㎝ 가량 내려앉고 문짝이 모두 뒤틀리는 등 붕괴위험 때문에 이웃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당장 수리를 해야 하는데 복구비를 단한푼도 받을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전익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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