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자 나눔장터] “장터 참가해 아끼고 나누는 것 배웠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초등학교 6학년생인 이재건군은 올해로 위아자 나눔장터 참가가 세 번째다. 왼쪽부터 아버지 이도형씨, 어머니 김옥기씨, 이재건군. [최승식 기자]

 초등학교 6학년생인 서울의 이재건(13)군은 요 며칠 새 학교에서 돌아오면 평소 애지중지하던 장난감·책 등을 분류하는 게 일과가 됐다. 12일 열리는 위아자 나눔장터에 내다 팔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다. 고심 끝에 이군이 선택한 것은 아끼는 장난감인 ‘이순신 레고’. 이군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위아자 나눔장터에 판매자로 참가한 것은 올해가 세 번째. 집안 행사가 겹쳐 참가하지 못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처음 나눔장터가 열렸던 2005년부터 개근한 셈이다.

충주대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아버지 이도형(48)씨는 “2000∼2001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있었던 게 나눔장터에 눈 뜨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 가족이 살았던 주도(州都) 탈라하시는 주말에 무작정 집을 나서도 어디선가 벼룩시장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일반화돼 있었다.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 김옥기(44)씨는 “아이에게 재활용 습관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웃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도 될 수 있어 형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아자 나눔장터가 생겨난 지 올해로 4년째, 한 번 장터에 참가해 매력을 맛본 이들이 이듬해 되풀이해 참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눔과 재활용의 철학을 실천하는 장터가 우리 사회의 생활 문화의 하나로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판매자로 장터에 참가하기 위해 나눔장터 홈페이지(weaja.joins.com)에 신청자들이 남긴 사연을 보면 단골 참가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산의 김수미(36)씨는 “매년 가족과 함께 참여합니다. 두 딸과 뜻 깊은 이벤트를 만들고자 합니다”라는 사연을 남겼다. 서울 거여동의 안성희(40)씨는 “지난해 장터에 참가한 후 아이들이 물건을 소중히 쓰고 아껴 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참가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 차례의 나눔장터에 판매자로 참가한 가족·어린이 수는 전국적으로 7300여 명에 이른다(판매 자리 1개당 3명 참가로 계산). 가게의 박설경 간사는 “남이 쓰던 물건을 재활용해 쓴다는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좋은 물건이 많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장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