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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관 용산 이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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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한 미국대사관 신축 부지가 용산 미군기지의 일부인 '캠프 코이너'로 사실상 정해졌다고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4일 밝혔다.

高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최근 방한 때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강력히 요구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정부가 송현동 부지를 제시했으나 미측에서 꼭 4대문 안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며 "그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高대행은 '미대사관 신축 부지가 용산 캠프 코이너로 이전되는가'라는 질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高총리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 대사관 측은 4대문 안에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미 양국은 미대사관 예정 부지로 논의해 오던 옛 경기여고 터(서울 정동.덕수궁 유적지)에 대해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건축 허가 부적격 결정을 내릴 경우 본격적으로 캠프 코이너로 이전하는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체니 미 부통령은 지난달 16일 高대행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대사관 이전 문제와 관련, "너무 건물이 오래됐다"며 우리 정부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었다. 또 미측은 오는 9월 이전에 미대사관 신축 부지를 제공해 줄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소유인 캠프 코이너가 미대사관 대체 부지로 결정될 경우 미대사관 예정 부지였던 옛 경기여고 터와 맞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고 인근에 위치한 캠프 코이너는 부지가 넓어 대사관과 함께 직원 숙소가 신축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경기여고 터에 미대사관을 신축할 예정이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건축심의 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체 부지를 물색해 왔다.

현재 삼성생명 소유인 송현동 부지는 정부청사 및 현 미대사관과 가깝고 도심에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광화문에서 인사동을 잇는 역사적 문화벨트 한가운데 놓여 있는 데다 고도제한(16m 이하) 구역이어서 5층 이상 건물은 지을 수 없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모린 코맥 미대사관 공보관은 "미대사관 신축 부지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미 정부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철희.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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