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黨바뀌어야한다>6.정당 운영자금 공개하자-미국의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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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4년 미국에서의 일이다.공화당 하원의장인 깅그리치의원은 연방선거위원회(FCC)로부터 15만달러(약1억2천만원)의 벌금 통보를 받았다.이유는 개인.단체로부터 걷은 선거자금을 선거용도가 아닌 곳에 사용했다는 것이다.미국에선 대통령이 든 하원의장이든 정치자금을 엉뚱하게 사용하면 가차없다.
미국의 선거자금 투명성 확보의 핵심은 「공개」다.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았고,이것이 어디에 쓰여졌는지를 확실한 증빙자료로 입증해야 한다.원래 목적대로 쓰여졌더라도 증빙할 자료가 없으면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미국 선거가 돈을 안쓰면서 치러지는건 아니다.오히려그 반대다.돈은 얼마든지 모금해 쓸 수 있다.개인으로부터는 1년에 1천달러(약80만원),단체는 5천달러(약4백만원)한도의 기준만 지키면 전체 모금액수는 한도가 없다.따라 서 의정활동을잘하고 인기 있는 의원들은 돈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치부는 단 한푼도 못한다.수입내용을 철저히 조사받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대통령을 비롯한 상.하원의원등 「선출된 사람들」은 누구나 분기마다 모금내용을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보고내용은 곧바로 국민들에 게 낱낱이 공개된다.
의원 개인뿐만이 아니다.정당도 마찬가지다.검은 돈이 끼어들 여지를 안준다.철저히 당비와 후원금에 의존하는데다 일정액 이상기부자는 반드시 공개된다.그리고 당원으로부터 걷는 돈이 총 수입의 50%가량을 차지한다.
물론 미국도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74년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후 미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며 이런 법을 만들어 냈다.그래서 미국정당들은 「정당금융실명제」를 완성했다.
우리네 정당들의 경우 돈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얼마를 받았는지,그래서 그에 대한반대급부를 주지는 않았는지 모든게 다 베일에 덮여 있다.이러면서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면 그걸 믿을 국민은 없 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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