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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부터 예절을 가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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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창초등학교 학부모 강연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유영삼 교장선생님께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공공 예절을 예로 드시며 예의범절에 관한 칼럼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일본의 전철 안.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쭈욱 뻗은 채 잠이 든 청년 앞을 지나다 그만 다리에 걸려 넘어진 아이에게 아이의 부모는 다리를 뻗고 잠든 청년을 나무라기는 커녕 도리어 아이에게
“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려라. 잘 살피고 걸었어야지!”라고 말하였다.

현장에서 학부모와의 상담 내용은 '성적'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룰 것 같으나 의외로 '교우 관계'나 '인성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더 많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우리 아이가 몇 등이나 하나요?' 나 '** 과목 성적이 왜 안 오르죠?' 보다는 ‘우리 아이가 반 아이들과는 잘 지내나요?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나요?’ 혹은 ‘가정에서 인성교육은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을까요?’와 같은 정의적인 면에 대한 상담 요청이 많았다. 이에 오늘 칼럼에서는 예의 바른 아이, 절서를 잘 지키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교사 부모들은 어떻게 예절 교육을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 예의범절 교육은 어릴 때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라.

예로부터 예의범절 지도는 학교의 몫이기 보다는 가정의 몫이었다. 최근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 이전에 경험했던 예절에 관한 교육이 예의범절의 습관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생활예절을 잘 지키는 것으로 나타나 어린이의 예절교육이 매우 중요하며, 그 교육효과도 크다고 한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의 자녀의 경우 신체적인 발달을 비롯하여 언어, 정서적인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데 이 때 역할 모델들의 행동과 태도를 빠르게 모방하여 아이의 행동, 습관, 가치관 및 성격의 기초가 형성된다. 이 시기에 익힌 예의범절은 전 생애를 통해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예절교육은 가정에서 언행일치가 되는 부모의 올바른 생활태도와 함께 가정과 연계된 교사들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반복적인 지도가 충실히 수행될 때 보다 바람직한 교육이 될 것이다.
등교 전 자녀와 함께 나누는 인사도 작은 예절 교육이 될 수 있다. '차조심하고 학교가서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인사에 덧붙여 '오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께 꼭 인사하세요’ 라는 말을 더해준다면 예의범절을 습관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예절 교육 6계명을 지키자.

예절교육에도 6계명이 있다고 한다. 아래 조건은 아이들의 예절 교육에 도움이 되는 조건들이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조건인 것 같지만 여섯가지 기본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아이의 예절 교육을 이끌어가기 힘든 필수조건들이다.

1.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옆 집 아이는 이렇게 잘 하는데‥‥‥.'와 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마다 성장속도가 다른 것처럼 예절을 가르치는 데도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따로 있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예절 교육을 시작하되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시키면서 하지 않는다.

2. 평생의 습관을 지금 들인다는 생각을 하자.

유·초등학교 시기에 몸에 익힌 습관은 평생 생활 태도로 굳어진다. 아이의 건강 상태와 사회적인 규범, 효율적인 방법 등을 염두에 두고 일관적인 반복을 통해 습관이 될 때까지 가르쳐야 한다.

3. 즐거운 분위기에서 가르친다.

습관을 들이는 것은 끝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너무 어려운 과제를 주거나 잘못했다고 꾸짖으면 배우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예절이란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야하는 것이므로 한 번에 아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정도씩 나누어서 가르친다.

4. 작은 것도 칭찬해준다.

아이가 잘 해내면 반드시 칭찬해 준다.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가장 큰 격려이자 위로가 된다.

5. 스스로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아이 스스로 해 보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자.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간단하고 쉬운 것도 제 힘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주변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둘러본 다음 아이의 키에 맞게 주변 환경을 만들어 준다.

6.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어떤 습관은 금방 이해하고 잘 따라 하지만 어떤 것은 백 번을 이야기해 주어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게 아이들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6개월, 또는 1년을 내다보고 가르친다.

◇ 인사부터 시작하라.

모든 예절의 기본은 '인사'이다. 예절교육은 '아침인사'로부터 시작해서 '저녁인사'로 끝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기의 인사예절 중 특히 신경써야하는 것은 등하교시 인사와 밥 먹기 전과 밥 먹고 난 후 인사 습관이다. 학교에 가기 전에 아무리 아이가 학교가 늦었다 하더라도 두손을 배꼽 근처에 모으고 고개를 깊게 숙이는 공수 자세로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하도록 시켜야 하며, 부모님이 수저를 드시기 전에 수저를 들지 못하게 하고 밥 먹기 전에는 반드시 인사를 하고 밥 먹은 후에도 '잘 먹었습니다' 정도의 인사는 꼭 챙기도록 하자.

◇ 부모가 예의범절을 바라보는 기준, 가르치는 기준이 서로 같아야 한다.

본교 박숙경선생님은 아빠와 엄마의 가치관이 일치해야만 아이들이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과 규칙, 질서를 가르치면서 부부간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거나 종종 ‘오늘만’이라는 말을 붙여가며 예외를 만들다보면 아이들은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늘 자기에게 편한 가치관을 선택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가 횡단보도 건너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었는데 아빠가 괜찮다며 무단횡단을 한 번 하게 되면 아이의 예절 교육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 공공장소 예절 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

미술관과 박물관과 같은 예절을 크게 요구하는 장소가 아닌 집 앞의 공원이나 영화관을 갈 때에도 아이와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횡단보도 건너기, 줄서기, 대중교통, 화장실 이용 방법과 같은 사소한 것 부터 관람, 식사와 관련한 예의범절까지 꼼꼼히 안내해고 아이 스스로 자신이 지켜야할 규칙을 만들어 보게 해야 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돌발행동을 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혼내기 보다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를 조근조근 타일러야 한다. 간혹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혼내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경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 아이의 정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공공장소에서의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집에 돌아오는 내내 훈계를 하는 것 보다는 집에 도착한 후 하루 동안 있었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자기 반성문을 써보게 하고 다짐을 적는 것으로 사후 교육을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예의범절의 시작은 부모와 자식간에 오가는 존댓말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는 아이와 존댓말을 하는 가정은 매우 많다. 하지만 미운 일곱 살이라 불리 우는 초등학교 입학시기가 되면서 부터 부모의 입에서는 존댓말 대신 고함소리와 반말이 많아진다. 부모의 말이 짧아지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아이도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기 보다는 대신 반말이나 말끝이 흐린 존댓말을 쓰게 된다.

“오늘 왜 지각했어요?”
“늦게 일어나서...”

게다가 아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씀에도 불구하고 그냥 받아 줄 경우 아이는 자신이 화가 났을 때나 친구들 사이에 사용하는 말과 행동을 부모에게 하게 된다. 이 쯤 되면 부모는 내 아이의 행동과 말투에 대해 훈계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도리어 부모의 이러한 반응에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도 아무 말 안하더니 지금은 왜 이러는 거지?’라며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일관성 없는 부모의 대응 태도로 인해 바른 예절교육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내 아이가 예절바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면 내 아이와 존댓말로 대화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식당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밥을 먹는 부모,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노약자석에 자녀를 앉히고 두 팔로 노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부모, 아이와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부모가 바로 나라면 내 아이를 예의바른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