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秩序-인간이 지켜야할 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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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秩은 禾(벼 화)와 失(실)의 결합이다.秩의 옛 글자를 보면벼(禾)를 가지런히 쌓아둔(失) 모습을 하고 있다.가을걷이가 끝나면 타작하기 전에 볏단을 쌓아 낟가리를 만드는데 줄기와 이삭의 방향을 가지런하게 해야 한다.그렇지 않고 함부로 볏단을 쌓으면 불편할 뿐더러 낟가리가 무너지고 만다.반드시 차곡차곡 잘 쌓아야 했으므로 秩은 「차례」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序는 「집」을 뜻하는 (엄)과 「베풀다」「주다」는 뜻의 予(여)가 결합된 글자다.곧 「베푸는 집」이 되겠는데 옛날 중국의은(殷)나라 때 예의범절(禮儀凡節)을 베풀던(가르치던) 집을 뜻했다.고을의 자제들을 모아 인륜(人倫)을 가르 치면서 간혹 교육도 시켰는데 이 때문에 옛날에는 序가 지금의 「학교」를 뜻하기도 했다.상서(庠序)라는 말이 있다.지금의 초등학교(初等學校)에 해당한다.
따라서 序의 본 뜻은 「차례」,그것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인 셈이다.서열(序列).순서(順序).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
곧 秩序라면 본디 볏단을 쌓는 순서와 인간의 예의를 뜻했음을알 수 있다.어느 하나 순서를 어기면 불편과 혼란이 초래된다.
요즘 대학가의 시위를 두고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주장(主張)의 정당(正當) 여부를 떠나 폭력을 수반한 秩序 파괴는 지지를 받기 힘들다.그 無秩序의 폐해(弊害)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秩序는 지키는 데 의의가 있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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