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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화력운용시범의 특별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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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건군 60주년을 기념한 지상 및 공중 합동화력운용시범 행사가 개최됐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대규모 화력시범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한 ‘통합화력 운용시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2006년 당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방산무기 화력시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올해로 건군 60주년을 맞는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우리 군의 위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상징적 의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우리 군의 현황과 작전 능력을 정확히 직시함으로써 군에 대한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군사적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실에서 시청각 자료를 통해 보고를 받는 것과 실제 훈련장에서 화력을 직접 확인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이미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현란한 특수효과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의 눈에 TV를 통해 전해지는 군의 화력시범 모습은 별다른 감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표적이 수㎞ 밖에 떨어져 있고 관람객의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화기가 발사되고 표적에 명중하면서 생기는 폭음과 진동은 보는 이를 전율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전적 의미에서 합동화력운용시범(合同火力運用示範·Joint Fire Power Demonstration)이란 육·해·공군의 다양한 자산 및 무기체계를 정해진 공간에서 동시에 사용해 위력을 과시하는 훈련을 말한다. 이번 합동화력운용시범은 한기호 육군 5군단장(중장)의 지휘 하에 육군 및 공군 21개 부대 2천여 명의 병력과 주요무기 17종 238문의 화기가 동원된 가운데 약 1시간 동안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특히 K1A1 주력전차나 K-9 자주포와 같이 우리 손으로 만든 순수 국산무기 외에도 올해 7월 전력화된 F-15K 슬램이글 전투기, 주한미군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와 A-10 공격기 등이 가세해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제 위력을 발휘할 기회는 없었지만 K-2 전차와 K-21 보병전투 장갑차, MLRS로 불리는 대구경 다연장로켓 및 차기 소총, 공군의 각종 무기 및 무장 등도 함께 선을 보였다.

가상 적기를 향해 불을 뿜고 있는 비호 자주대공포.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무기다.

이번 합동화력운용시범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건군 60주년을 맞는 우리 군의 발전된 위상을 국민에게 보다 널리, 정확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가까이는 지난 2006년, 멀리는 1998년 비슷한 화력시범이 진행 됐지만 이번과 같이 많은 국민에게 참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미 본 행사에 앞선 9월 19일 및 22일 두 차례에 걸쳐 합동화력운용시범이 진행 됐고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1만 명 이상의 일반 국민이 초청돼 승진훈련장을 다녀갔다. 9월 26일 진행된 본행사의 경우 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부관계자 및 군 지휘관, 참전용사 및 일반국민 등 6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과거와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에 가까운 과감한 개방이다. 자칫 일반에 잘못 공개되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각종 첨단무기의 성능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공개됐다. 통제가 아닌 적극적인 공개와 홍보는 그만큼 우리 군 스스로가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행사를 주관한 5군단은 안내장교 배치, 셔틀버스 운영, 식수대 및 화장실 등 각종 부대시설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철저한 사전준비와 깔끔한 진행으로 행사장을 찾은 국민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둘째 향후 우리 군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 놓는 계기가 됐다. 이번 합동화력운영시범의 백미는 바로 마지막 30분 동안 진행된 제3부 ‘NCW(Network Centric Warfare)체계 하 통합전투수행 시범’이었다.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등 각종 포병화기와 공군 전투기와 육군 공격헬기가 동시에 적진을 향해 화력을 투사하고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기계화 보병이 진격해 고지를 점령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했다.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네트워크 중심전은 21세기 첨단 과학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작전능력이다. 이 능력 여하에 따라 미래 전쟁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볼 때 이번 합동화력운영시범은 이미 우리 군이 충분한 네트워크 중심전 능력을 완비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 군 전체가 네트워크 중심전 수행능력을 완비하고 그에 걸맞는 입체적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상상 이상으로 우리 군이 첨단화됐다며 그간 선진 강군 육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장병 및 방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합동화력운용시범에 초청된 참전용사 및 예비역 장병, 일반 국민들 역시 우리 군의 믿음직한 모습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자주국방은 국가번영의 초석이라는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군 스스로도 현재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을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계동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