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가자, 중국·동남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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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신은철 부회장은 지난 6월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재무부로부터 ‘생명보험영업 허가서’를 받았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베트남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생명은 내년 상반기 베트남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한다. 현재 보험 영업·부동산·IT 담당 직원 10여 명이 호찌민에 파견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보험시장은 연간 5억2000만 달러(수입보험료 기준) 정도로 한국(720억 달러)의 0.7%에 불과하다. 당장은 작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대한생명의 판단이다.

보험·증권 등 2금융권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공략 대상은 중국과 동남아다.

삼성생명은 중국항공(中國航空)과 합작으로 중항삼성(中航三星)을 설립하고 2005년 7월 베이징에서 생명보험 영업을 시작했다. 교보생명의 경우도 중국에 현지 사무소를 세우고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손해보험 분야에선 현대해상이 100% 출자한 현대재산보험이 지난 5월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중국법인 산하에 베이징·선전·쑤저우에 지점을 개설했고, LIG손해보험도 내년 중국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증권도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60여 개의 증권사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탓에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이제 마지노선까지 내려왔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 펀드 시장을 개척한 미래에셋그룹은 전 세계 네트워크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뉴욕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자본금 1000만 달러 규모다. 앞서 2007년 1월 홍콩 법인, 7월 베이징 사무소, 12월 베트남 법인, 올 8월엔 상하이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증권은 홍콩을 거점으로 아시아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홍콩 현지 법인의 자본금을 1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주식 중개영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홍콩 법인의 사업 부문을 기업금융(ECM·M&A), 트레이딩, 기관 대상 홍콩 주식 중개, 자기자본투자(PI) 등 4개 사업 부문으로 확대하는 한편 인력도 50명 이상 확충할 방침이다.

신용카드·캐피털사도 마찬가지다. 비씨카드는 지난 5월 중국의 카드사인 인롄(銀聯)과 제휴를 강화하고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2006년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고, 그룹사인 현대·기아차가 나가 있는 미국·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대우캐피탈은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베트남 하노이에 대표 사무소를 열었고, 지난 5월엔 중국 리스 시장에 진출했다.

김원배·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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