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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은 지금 중국어선과 ‘전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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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기지를 둔 인천 해경특공대원들은 요즘 무거운 보호헬멧을 벗을 날이 없다. 가을 꽃게잡이가 제철을 맞으면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특히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숨바꼭질식 조업을 벌이는 바람에 하루 3∼4차례 출동하는 날도 잦다. 박대중(경사) 팀장은 “리브보트(고속단정)를 타고 전속력으로 추격해 가도 순식간에 북한 해역으로 도주해 버릴 때는 허탈하다”고 말했다.

[동영상] 목포해경 중국어선 추격장면 공개

연평도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서남해역 곳곳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를 막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꽃게·조기·오징어 등 고기를 쫓아 떼를 지어 몰려 들어 우리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해경은 연평도 등에 특공대를 상주시키며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수적으로도 중과부적인데다 칼·도끼·낫 등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어족자원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우리 어민들의 시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가 본격화한 것은 2001년 6월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부터다. 이전에는 중국 어선들이 12마일 영해 바깥에서는 제지를 받지 않고 조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길게는 해안에서 100마일까지 확장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이 쿼터제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어장이 축소된 중국배들이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도 매년 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240척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494척으로 늘어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흑산도나 태안의 격렬비열도 해역에서 단속됐다, 제주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해역도 중국 어선들이 자주 침범한다.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발생한 경찰관 치사 사건처럼 중국 어선들이 폭력으로 저항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리된 것도 2002년 이후 16건에 이르며 이 중 14건이 인천 해역에서 일어났다. 2004년 5월 연평 해역에서는 중국 선원들이 단속을 위해 배에 오르던 해경대원의 머리를 내리쳤으나 헬멧을 쓰고 있어서 목숨을 건진 사건도 있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3003함 소속의 한 대원은 “중국 어선들이 죽기살기로 덤벼 전쟁터보다 더 위험한 순간도 많다”며 “긴박한 상황에서는 무기 사용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49) 목포유자망선주협회 총무는 “우리 선단은 7∼10척 정도인데 반해 중국 배들은 수백 척이 해적처럼 흉기로 무장하고 몰려 다닌다”며 “해경이 출동하면 분풀이로 우리 어선들이 쳐놓은 그물을 찢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목포해경 사망 사건에서도 고속단정 2척이 출동했으나 주변 수십 척의 중국 배들이 돌과 그물납 등을 던지고, 가까이 접근하면 장대에 칼을 달아 만든 창과 쇠파이프, 삽 등을 휘둘러댔다.

오상근 해양경찰청 경비과장은 “불법조업에 따른 5000만원 이하의 벌금담보금을 의식, 중국 어선들의 폭력 저항이 일상화하고 있다”며 “철저한 단속과 함께 양국 간 외교적 해결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환·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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