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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與 '맘대로 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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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강민석 정치부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측근 A씨. 최근 기자와 만난 그는 鄭의장의 입각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근태 원내대표에 대해선 달랐다. "(내각에)들어가는 것 같데요"라고 했다. 金대표 측은 또 정반대다. "鄭의장은 안 들어가고 우리(金대표)만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양쪽 모두 내각에 들어가기 싫은 듯이 상대방의 등을 떠민다.

열린우리당이 난무하는 개각설로 들떠 있다. 鄭의장.金대표.김혁규 당선자의 입각이 언론에 의해 단정적으로 예고되는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심지어 일부 언론엔 6~8명의 당 인사 입각폭까지 보도되고 있다. 총리직은 특정인이 '검토'되는 수준을 넘어 '내정'됐다고도 한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역학관계를 고려해 鄭의장.金대표를 입각시키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탄핵심리가 안 끝났고, 17대 국회가 원(院)구성(6월 5일)을 마치려면 한달 이상 남았다. 총리 인준 청문회도 해야 한다. 과반 여당이라고 해도 야당의 얘기를 경청하지 않을 순 없다. 더욱이 각료 임명은 인준을 받은 새 총리가 제청해야 한다. 절차가 남아도 한참 남아 있다. 그런데도 개각을 거론할 때 '내정'이란 말이 나온다. 의사타진 정도가 내정으로 둔갑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차기주자 진영이 이런 혼선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떠밀거나 잡아당기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당장은 당에 남는 게 영향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측근들이야 그렇다 쳐도 鄭의장이나 金대표는 어떨까. "입각도 하나의 선택"(鄭의장)이라거나 "행정부 직을 하고 싶지만 원내대표도 미련이 있다"(金대표)는 식이다. "탄핵심판도 끝나지 않았는데…"라며 섣부른 논의에 쐐기를 박은 사람은 아직 없었다. 여당의 지도자들이 너무 자기 이해관계만 따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이 시점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강민석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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