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때 실거래價 밝힐 증거없으면 팔때 거액 讓渡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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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91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값은 안오르고 정부의 과표현실화 정책에 따라 기준시가만 오르다보니 세금을 안내기 위해 실거래가를 입증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그러나 필수불가결한 자료인 몇년전의 매입계약서를 제대로 보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당신이 대기업 과장이면 다야.내가 왜 도장을 찍어줘야 해.
』 회사원 A(37)씨는 최근 서울 강북소재 단독주택(대지 60평)의 양도세 때문에 인격적인 모욕을 받은 게 아직도 찜찜하기만 하다.
가만히 있으면 기준시가 기준으로 3천만원의 세금이 나오기 때문에 실거래 가격으로 신고해 세금을 면제받으려 했으나 실거래가를 입증해줄 자료인 7년전의 매입계약서가 보관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수소문끝에 인천에 사는 원소유자(판 사람)를 찾아가 당시 매매가격으로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 도장찍어줄 것을 부탁했다.몇차례 수모를 당한 뒤 과일바구니에다 봉투까지 건네고서야 겨우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자영업자인 B씨는 상가를 팔면서 원소유자로부터 별 어려움없이새 계약서에 도장을 받은 뒤 5년전 작성한 실제 계약서처럼 보이고자 구기고 커피를 쏟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현행 세법에는 양도세는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로 내야 하지만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실거래가를 입증하는데 대한 규정이 없어 매입.매도계약서가 기본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국세청 재산세과 관계자는 『실거래가는 계약서든 영수증이든 관계없이 어떤 식으로든 입증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세무서는 각양각색으로 적용하고 있다.계약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데도 있는 반면 영수증으로도 가능하다는 데도 있다.
계약서를 분실했을 때는 새로 계약서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몇년전의 판 사람이 여러번 이사했다면 찾기 쉽지 않고 찾았다 해도 도장받기가 역시 어렵다.
또 계약서와 별도로 일선 세무서에서 거래부동산.금액.대금지급날짜등이 기재된 거래사실확인원과 판 사람의 인감증명을 요구하는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의 조모씨는 『안산소재 대지를 판 영수증만 보관돼 있는데 세무서에서 거래사실확인원.판 사람의 인감증명을 요구해 수소문끝에 판 사람에게 이를 부탁했으나 인감증명을 거부하는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계약서를 분실한 건 내 책임이지만 악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솔세무회계사무소 조혜규(공인회계사)씨는 『부동산경기 침체가오래 가면 최근에 새로 사는 부동산도 몇년뒤 이같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매입계약서를 잘 보관하는 것은 필수적일 뿐더러 거래사실확인원과 이 용도의 매도자 인감증명을 미리받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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