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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BOOK] 노는 법을 잊어버렸어? 망태 할아버지 불러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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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이용포 동화, 노인경 그림
창비, 100쪽, 8500원, 초등 저학년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학원 차에 올라타고 밤 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는 요즘 아이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기다리는 건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다. 학원도 없고 숙제도 없는 세상에서 딱 하루만 마음 놓고 놀게 된다면? 그러나 아이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적응을 못 할 지 모른다.

이 책은 공부에만 짓눌려 자신도 모르게 노는 법을 잊어버린 아이들이 꿈꾸는 유쾌한 이야기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어른들이 지어낸 망태 할아버지가 사실 하고 싶은 행동을 맘껏 하게 해 주는 할아버지일지 모른다는 엉뚱하고 재미난 상상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이수는 말 그대로 ‘착한 아이’다. 하라는 일을 열심히 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학원에도 열심히 다니고 공부도 잘한다. 반면 시골에서 온 덕배는 이수와 영 딴판이다. 공부 시간에는 딴 짓 하느라 정신 없고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노느라 바쁘다. 지저분한 옷을 입고 불량식품을 입에 달고 지내며 철봉에 매달리기도 한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아이 앞에 망태할아버지가 나타난다면 과연 누구를 잡아갈까? 망태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려가 구워삶아 먹는다는 소문이 도는 무시무시한 사람인데 정말 그럴까.

이수는 우연히 마주친 할아버지의 커다란 망태를 들여다보다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망태 속에서 만난 세상은 아이들이 가득한 ‘망태 동산’이었다. 꿈틀이 젤리를 닮은 괴물을 만나고 엉뚱하게 노는 아이들과도 만나게 된다. 어? 그런데 영 이상하다. 인사말은 ‘안녕’이 아니라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다. 아이들은 ‘배터지게먹어 식당’에서 음식을 던지고 떠들며 요란스럽게 밥을 먹는다. 공부대신 유치하고 엉뚱한 것만 잔뜩 가르치는 ‘맘껏놀아 학교’, 잠만 쿨쿨 자는 ‘늘어지게자코알라 침실’ 등 모든 것이 정반대인 세상에서 모범생 이수는 영 이상하다. “엄마가 이 꼴을 봤다면 혼내 주었을 텐데…밥 먹을 때는 돌아다니지 마라, 음식으로 장난치지 마라 천벌 받는다, 식사하면서 떠들지 마라.”

불안하기도 하고 얼른 탈출하고만 싶다. 동산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망태 소굴’. 괴물에 쫓겨 끊임없이 달려야 하고 감옥 같은 방에서 공부해야 한다. ‘반항하면뼈도못추려 학교’에서 꼼짝없이 공부하고 우물감옥에 들어있자니 차라리 망태 동산이 그립다. 이수는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망태동산임을 깨닫는다.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는 노는 법을 잊어버린 어린이들이 세상에 날리는 통쾌한 인사다. 요즘 아이들이 이토록 놀 줄 몰랐다니 어른들은 조금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놀 줄도 모르고 친구가 없어 쭈뼛거린다면 이 또한 문제다. ‘어른들 잔소리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한 달 만! 아니 일주일만!’이라고 생각해본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외쳐보자.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망태 할아버지가 ‘뿅’ 하고 나타나 신나는 망태동산으로 데려다 줄지 모른다. 노인 문제를 경쾌하게 그린 단편동화『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으로 주목 받은 이용포의 동화집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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