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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프렌들리’새 음반 2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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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 시골 분교의 고즈넉함을 묘사한 그들의 노래는 자연과 무척 닮아있다.

최근 앨범을 발매한 남성 밴드 ‘뜨거운 감자’와 ‘나무 자전거’다. 환경의 소중함과 어쿠스틱한 자연의 감성을 노래하는 그들의 음악은 그래서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환경 친화적)’ 음악으로 불릴 만하다.

정현목 기자


“즐거운 음악으로 즐겁게 살자”2인조로 새출발 ‘뜨거운 감자’

전방위 엔터테이너 김C(37·본명 김대원)가 있는 밴드 ‘뜨거운 감자’가 4집 앨범 ‘감자밭을 일구는 여정’을 냈다. 밴드는 하세가와(기타)와 손경호(드럼)가 탈퇴해, 김C와 고범준(34·베이스)의 2인조가 됐다. 앨범의 톤은 우울했던 전작들에 비해 많이 밝아졌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의 결합도 눈에 띈다.

고씨는 “‘즐거운 음악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자’가 앨범의 모토”라고 했다. 김C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밝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첫 곡 ‘따르릉’은 자전거 예찬곡이다. “홍대 인근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이 자전거를 즐겨 타요. 이들에게 자전거는 생활이에요. 나도 자전거를 타게 됐지요. 자전거는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김C)

‘자전거 타기처럼 인생의 굴곡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가 신나는 드럼 사운드 위로 흐르는 노래다.

타이틀곡 ‘비 눈물’은 김C가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만든 멜로디에, 울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고 가사를 붙였다. 전자음과 결합된 밴드 사운드 위에 보사노바 리듬이 촉촉히 젖어든다. ‘생각’ ‘수학이 좋다’ 등은 경쾌한 리듬 위로 묵직한 메시지가 흐른다. 생각의 자유조차 가로막는 법과 제도, 사람들의 획일화된 의식을 비판한 노래다. 김C는 “촛불 집회,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못생긴 소년’은 그가 ‘자우림’의 이선규로부터 받은 곡.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은 아냐’라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란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기 때문에,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안치환)라는 노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설명은 김C답게 삐딱하고 도발적이다. ‘미신’은 레게 스타일의 편곡이 인상적이고, ‘소라를 줍는 여정’은 성적 은유가 ‘도사리고’ 있는 노래다.

김C는 이번 앨범에서 거의 전곡을 작사하고, 절반의 곡을 작곡했다. ‘김C= 뜨거운 감자’라고 할 만하다.

“‘1박2일’등 예능 활동에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면 해야죠. 제게 음악은 오른팔과 같아요.”



“시골분교 같은 감성 깨워드려요” 2집 발표한‘나무자전거’


강인봉(42)·김형섭(40)의 남성 듀오 ‘나무자전거’는 최근 발매된 2집 앨범 ‘Tree Bicycle Vol.2’에서 일렉트로닉,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접목시킨 것은 듀오의 전신인 ‘자전거를 탄 풍경(이하 자탄풍)’ 활동을 통틀어 처음이다. 하지만 그들 만의 ‘어쿠스틱’ 질감은 나뭇 결처럼 여전히 선명하다. 타이틀곡 ‘내가 사랑해’만 들어봐도 그렇다. 가수 서영은이 피처링한 일렉트로닉 버전은 신선하고, 어쿠스틱 버전은 여전히 정감 깊다. 세련된 발라드곡인 이 노래는 결혼식 축가로 대박을 터뜨릴 것 같다.

시골 분교의 고즈넉함이 코 끝으로 느껴지는 연주곡 ‘비천 분교’는 강원도 동해시 인근의 실제 분교가 무대다.

“그 곳에서 열렸던 ‘작은 음악회’가 점점 규모가 커지는 걸 보면서 소중한 공간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더군요. 그 곳에만 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는데….”(강인봉)

‘내가 갖고 싶은 것’ ‘결혼하자’에서 귀에 익은 감성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역시나 김창완의 곡이었다. 노래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창완 선배의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 곡을 한 곡 달라고 했더니, 그 때 즉석에서 기타로 들려주신 게 ‘결혼하자’입니다. 그 뒤 집까지 찾아가서 곡을 더 달라고 졸랐죠. 선물이라며 자신이 준비 중인 앨범에서 두 곡을 빼서 주시더군요. 답례로 기타 선물 해드리려고 좋은 물건 찜해뒀습니다.”(김형섭)

천상병 시인의 유작시를 노래로 만든 ‘나의 가난은’은 포크의 감성이 묻어난다.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는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지금까지의 곡 작업 중 가장 어려웠어요. 시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죠. 천상병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낸 시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더욱 부담이 컸습니다. 그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입니다.”(강인봉)

‘당신이 그 사람인가 봐요’ ‘시클라멘’ ‘무반주’ 등의 노래는 기타·피아노의 단촐한 편성 위에 감성적인 보컬을 강조해 라이브 콘서트의 느낌이 난다.

“이전 앨범은 자탄풍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는데, 3년 정도 하다보니 이제야 나무자전거의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데뷔 앨범 같은 느낌이 듭니다.”(강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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