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總聯사태와 정부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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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주일간의 한총련사태를 통해 우리들은 한총련이 시대착오적인 친북(親北)성향과 비현실적인 통일관에 사로잡혀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또한 한총련은 이미 대대적인 경찰병력과헬기까지 동원해서도 제대로 제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조직성과기동성을 지닌 강고한 조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아울러 조직을위해서는 같은 젊은이들을 향해 쇠파이프도 거침없이 휘두를 수 있는 냉혈성과 폭력성을 지니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이유로도 한총련의 그런 노선과 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을것이다.한총련의 통일노선이 수사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정권의조종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수호를 위해 철저한 수사와 법적 응징이 불가피할 것이다.뿐만 아니 라 한총련은 의사표시의 그 과격성과 폭력성만으로도 사회의 지탄과 법의 응징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손을 쓰지 못했고 일을 당하고도 전술도,일관된 지침도 없이 우왕좌왕만 해진압경찰과 학생은 물론 학교와 인근 주민,그리고 출퇴근 시민들의 피해를 필요이상으로 크게 한 정부당국의 무능 과 무대책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한총련이 조직된지 벌써 4년이나 된다.그동안 한총련이 어떤 성격,어떤 노선의 단체인지를 당국이 모를리 없었고 이번 8.15행사와 같은 대회도 실은 해마다 있어온 것이다.그렇다면 올해대회의 성격이나 행동방향 정도는 미리 알아 적절 히 대처했어야마땅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볼때 두 학생의 입북을 막지 못한데서 보듯 당국은 한총련의 동향에 장님이고 귀머거리였던 것이다.
연세대 집회를 저지하기로 한 뒤에도 해산위주인지 검거위주인지행동에 일관성이 없어 괜히 진압경찰이 창피만 당하고 학교나 시민들의 피해만 크게 했다.이것이 한총련의 폭력성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심리전이었다면 모르겠으나 경찰이 시 위학생들보다도조직력도,기동성도 뒤졌다는 것은 공권력의 권위에 먹칠을 한 창피한 일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철저한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평소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일이 닥쳐서야 허둥대며 강경한 소리나 질러대는 식이어서는 소모전만 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없다.미리 정보도 수집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전략.전술도 개발해 두었다가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야 진압도 쉽고 경찰이나 시민.학교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제 사태는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진압작전이 현장 경찰의 판단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위층의 눈치를 보면서 이루어지는 식이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역시 가장 중시해야할 것은 현장의 판단이라고 본다.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상부의 감각적.감정적 지시가 자칫 현장의 과잉대응이나 불상사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경찰의 진압작전은 최종 단계에 가면 갈수록 신중하고 인내성이있으며 세련되어야 한다.학생쪽도,진압경찰도 기진맥진하고 감정은북받칠대로 북받친 상태이므로 섣부른 대응은 대단히 위험하다.더구나 시위학생들이 점거한 장소는 여러모로 위험 한 여건에 있다.목표는 핵심주동자를 검거하고 이적(利敵)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지 검거자 수를 늘리는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학생들도 농성을 풀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더이상 폭력으로 공권력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서로의 피해를 더 크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당장 점거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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