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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 O-157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병원성 대장균 O-157은 생태계가 인간의 입맛대로만 진화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원래 대장균은 인간의 대장안에 서식하면서 위장이나 소장에서 소화해내지 못하는 섬유소를 발효시키고 다른 병원균의 접근을 막는 이로운 균.
전체 대변질량의 30%가 대장균일 정도로 인간과 대장균은 친숙하다. 그러나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설사.복통.장출혈.요독증등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이 속속 등장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병원성 대장균은 O-157외에 물을 갈아마실때 발생하는 여행자설사 대장균등 모두 5종.
이들 모두 일반 대장균과 유전형질이 상당부분 일치하며 모양.
크기 또한 광학현미경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해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해 시험관안에서 응집여부를 살펴보는 혈청학적 방법으로 검출한다.
이때 분류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대장균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O항원. O항원의 여러가지 혈청학적 타입중 1백57번째로 발견된 것이 이번에 말썽을 빚고 있는 O-157 대장균이다.
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O-157은 단지 발병지역이 지금까지 미국.일본등에 국한됐을 뿐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존재가능하다.
그렇다면 얌전했던 대장균이 왜 O-157처럼 치명적인 병원성을 획득했을까.
유전자 돌연변이가 가장 유력한 설명이다.
이분법이라는 가장 원시적 생식수단으로 불과 수분만에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내는 대장균의 특성상 복제과정에서 숱하게 많은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물론 병원성이 강한 대장균일수록 숙주인 인간의 죽음과 함께 자연계에서 도태되고 만다.
O-157은 이들중 도태를 면한 몇 안되는 운좋은 대장균의 하나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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