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명분 면죄부 형평성논란-金대통령 8.15특사 비판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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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 단행된 8.15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조치에 대해 재야법조계는 물론 법원과 검찰 일부에서도 「사정의지의 후퇴」로우려하는 시각이 많다.정부는 『지난해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단행한 대사면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범위를 최소화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사면 대상자는 확정판결이 난지 채 3개월여밖에안되는등 너무 빨리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예컨대 율곡비리에 연루된 김종휘(金宗輝)전외교안보수석은 올 2월 1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과 추징금 2억3천만원을 선고받고 형이확정된지 6개월도 안돼 사면.복권됐다.
율곡비리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金전수석은 2년8개월간의 도피성 외유(外遊)로 다른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는 동안에도 수사를피해왔기 때문에 정상참작의 여지도 별로 없다는게 재야법조계의 의견이다.
이용만(李龍萬)전재무장관도 92년3월 안영모(安永模)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1억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게 되자 도피성 출국을 한 경우.李전장관은 지난해 7월초 귀국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올 5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및 추징금 1억4천만원이 확정된지 불과 3개월여만에 사면.복권됐다.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3억3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형구(李炯九)전노동부장관도 지난해 12월27일 1심에서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올 1월4일 확정된지 7개월만에 사면의 「은전」을 입었다 .
또 슬롯머신 업자인 정덕진(鄭德珍).덕일(德日)형제와 상무대비리와 관련된 조기현(曺琦鉉)전청우종건회장등에 대한 사면.복권도 설득력이 약하다.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그동안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점등을 참작한다 하더라도 뇌물 공여와 탈 세등으로 개인축재를 한 이들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鄭씨 형제는 이건개(李健介).박철언(朴哲彦).엄삼탁(嚴三鐸)씨등 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1심에서 징역 5년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과는 달리 징역 2년6월.집행유예 3년의 가벼운 형을 확정 받았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과 엄단을 줄곧 강조해온 검찰.법원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일부에서는 법적용의 형평성 논란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책의 일관성면에서도 사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특별사면이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물론 중.하위직 공무원의 부패를 어떻게 처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이다.
정부는 이번 특사에서 5,6공비리 관련자와는 대조적으로 공안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91년 「사노맹」사건으로 구속된 「노동자시인」 박노해씨의 경우 김수환(金壽煥)추기경까지 나서 지난달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해 관심을 모았으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의 사면.복권조치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의 하나인 경실련은 13일 낸 성명에서 『정부가 부정.비리 관련자들까지 거리낌없이 사면.복권조치를 취한 것은 개혁을 포기한 행위이고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 며 비리 관련자에 대한 사면.복권의 취소를 촉구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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