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韓쌀 군량미로 지하창고 보관-北박철호씨등 3명 귀순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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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출신성분이 좋은 당간부와 1백20만 군인및 2백50만 평양시민들에게는 특별배급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벼농사를 짓는 강원도김화군등 일부 지역에는 기름.
농약.비료등이 제대로 공급안돼 1정보(약3천평)에 5백㎏이하의소출이 고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서 최근 귀순한 朴철호(41).高준(29).崔승찬(29)씨등 3명은 12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귀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식량난과 사회일탈 현상등을 증언했다.
이날 귀순자들의 증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김일성(金日成)사후 시작된 북한의 정치.경제적 사회일탈 현상이 계층별로 차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체제위기를 맞고 있는 김정일(金正日)정권이 1백20만 인민군과 당간부.평양시민등 ■ 한의 핵심계층을 중심으로 정권 유지를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귀순자들은 식량난과 관련,북한당국이 2천2백만 북한 주민을 계층별로 차별대우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평남양덕군 지방자재공급소에서 자재 인수원으로 일하다 귀순한 高씨는 『일반 주민들은가재도구를 팔아 암시장에서 쌀을 사먹는 형편이지 만 평양의 경우 배급이 제일 좋고,지방 간부들도 쌀밥에 주스를 먹는등 특별배급을 받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高씨는 또 『양덕군의 한 군부대는 배급받는 것이 아니라 남포항에서 직접 쌀을 수송해 온다』며 『남한에서 공급되는 쌀은 주민 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군부대 창고로 들어가고,지하 10 깊이의 군부대 쌀창고 3개에는 남한에서 온 쌀이 가득하다』고 증언했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묵인해오던 암시장의 일종인 「장마당」의 확대현상도 주목할 대목이다.귀순당시 개성 벽돌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崔씨는 정부당국의 식량배급 중단등으로 식량난이 심화돼 생계유지가 곤란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과거에는 생필품을 장마당에 내다팔면 단속대상이 됐지만 최근에는 생필품은 물론 개인이 만든 밀주.떡.빵.엿등 돈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거래된다는 것.崔씨는 또 『개성시의 경우 전에1개에 불과한 장마당도 최근에는 6 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난이 장기화하자 강도등 범죄는 물론 삐라살포등 반체제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高씨는 지난 94년초 평남성천군.양덕군등에서 金모 형제가 주동,「김일성.김정일망할 날이 멀지 않았다 」「청년들이여 때는 왔다,일어나 싸우자」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북한당국은 이를 「320호 사건」으로 이름짓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주모자를 검거,처형하고 확산되고 있는 반체제 움직임을 근절하기 위해 주민에 대한 감 시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같은 반체제 움직임이 아직 조직적인 수준까지 이른 것은 아니지만 넘어오는 귀순자마다 반체제 움직임을 하나둘씩 증언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밖에 김화군의 한 상점에서 식료수매원으로 일하다 귀순한 朴씨는 『항공육전여단(특수부대)은 유사시 남한군으로 위장해 후방에 침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남한 여군이나 처녀로 가장해 후방지역에 침투할 「여자강하(낙하)소대」까지 운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朴씨등은 굶주림에 지친 북한주민들은 차라리 전쟁이 나기를 원하고 있으며,인민무력부는 전쟁준비를 위해 인민군의 제대를1년씩 늦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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