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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가정문화><전문가제언>7.새것만이 좋은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소비생활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타인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그 내용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의 소비생활은 구매방법이 다양하고 손쉬워진 것이 그 특징이다.시장.편의점.할인점.백화점등은 물론 컴퓨터.텔레비전을 비롯한 전신전산망을 통해서도 언제 어디서나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서울에 앉아 뉴욕 백화점의 고급의류를 살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하루 24시간 소비를 부추기는 이같은 사회분위기는 자연스레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성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중요한 것은 1회성 소비문화가 우리의 일상 전반,심지어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사람들은 유행이 지나면 쉽게 자신이갖고 있던 물건을 접어둔 채 새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며 이는 인간관계의 지속성까지 1회적인 것으로 만들기 쉽다.이제 「나만의 책상」을 갖고 싶어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며 저축하는 이전세대의 모습은 어디서고 찾아보기 힘들 다.또한 어렵게 마련한 책상을 닦고 광내면서 아끼던 우리 가정의 독특한 분위기도 사라져가고 있다.하지만 「반짝」하고 다가서는 신제품의 매력은 삶의 순간적인 활력소는 될 수 있어도 다양한 경험과 연륜이 쌓인 오래된 물건의 은은함과 안정감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겉으로는 유명상표로 요란하게 꾸밀 수 있지만 속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같은 내실(內實)의 부족은 사회적으로 남과 비교해 불행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늘리는 독소가 된다.
현대사회의 소비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따라서 그 처방도 정부와 기업,소비자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정부와 기업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건전한 소비풍토 조성을 위해 대책을 연구해야 한 다.공익광고나평생교육용 자료등을 통한 연령별 소비교육,사치품에 대한 높은 세율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의 가정이다.건전한 소비생활문화의 형성은 가정에서 시작되므로 2세들을 위한 부모의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하겠다.이제 「참으로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변을 통해 새로운 소비문화가 창출돼야 할 시점이다. (이화여대 가정과학대학 학장.가정관리학) 문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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