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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굶던 청년에서 나눔의 등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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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우재혁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의 전당에 헌정될 자신의 액자를 들고 있다. [이지환 사진작가]

 1943년 경북 안동에서 아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농가의 3남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두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눈물겨운 아버지의 보살핌 덕분에 초등학교 졸업장은 쥐었다.

한 글자라도 더 배워보고 싶은 욕심에 대구로 나가 중학에 입학했다. 껌팔이·신문배달·넝마주이 등 안 닥치는대로 일해 푼푼이 모아 학비를 마련해왔지만 버티지 못하고 중퇴, 야학을 전전했지만 끝내 정규 학교수업은 받을 기회는 얻지 못했다.

78년 군 제대와 함께 공업도시로 자리를 잡아가던 울산으로 흘러와 타일업체 심부름꾼으로 출발, 29년만인 지난해 연매출액 34억원의 타일 도·소매업체 경북타일을 일궈냈다.

아직도 명함을 내밀만한 부자는 아니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울산시지회를 통해서 낸 기부금만 1억2100만원이다.

24일 1억원이상 고액기부자들에게 가입 자격이 주어지는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에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처음 가입한 우재혁(66·사진)씨.

우씨는 지난 10일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이 따뜻하게 명절을 쇨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설·추석 때마다 1000만원 이상씩 기부해왔다. “제겐 청소년시절까지 가장 대답하기 난감했던 게 ‘식사 했느냐’는 인사를 들었을 때였습니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특히 명절에 어려운 이웃이 생각나는 것도 그 시절 내 모습이 눈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우씨가 명절 때마다 이웃을 챙기는 사연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공개회원은 지난 5월 상의용사출신의 남한봉(70·서울·유닉스코리아 대표)씨를 시작으로 류시문(62·서울·한맥도시개발 회장)·정석태(인천·진성토건 대표)씨에 이어 우씨가 네번 째다. 명단공개를 꺼려 비공개로 활동하는 회원도 기업인·방송·연예인·운동선수 등 31명에 이른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그늘진 곳 등 매년 복지현장에 모셔 모금회가 하는 일을 보고하고, 고액기부자 명예의 전당에 사진과 이름을 영구히 보존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회원끼리는 불우이웃을 돕는 방법에 관한 정보교환과 실천방안을 협의하며 매년 ‘아너 소사이어티 총회’도 연다.

◆아너 소사이어티=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와 책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지난해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미국 공동모금회의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본따 만들었다. 1억원 이상 기부한 개인에게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  

이기원 기자, 사진=이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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