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이태리식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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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마전 TV에서 소피아 로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방영됐다.로렌은 이 영화에서 어렵게 결혼했던 영화제작자 카를로 폰티 못지않게 미남배우 케리 그란트를 사랑했었음을 고백했다.그란트는스파이 활동을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최근 외신 을 장식했다.
또 로렌과 많은 영화를 찍었던 명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는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최신작 『구름 저편에』에서 배가 불룩 나온 노화가로 분해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했다.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비토리오 데시카의 6 4년작 『이태리식 결혼』(푸른영상)을 다시 보니 자연 왕년 스타들의 근황에 관심을 갖게된다. 추억의 영화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태리식 결혼』도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라는 걸출한 배우가 아니었다면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공습경보에 놀라 구석에 숨어있던 쇼트 커트의 17세 순진한 창녀부터 장성한 세아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는 강인한 어머니까지 세월과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로렌의 정열적 연기는 『이태리식 결혼』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 때문에 사창가에 팔려온 필루메나(소피아 로렌)는 도미니크(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에게 빠지지만 도미니크는 자신의 집안과 사업을 돌보며 순정을 바치는 필루메나를 하녀취급하고 젊은여자와 결혼할 궁리나 한다.
참다못한 필루메나는 죽어가는 것처럼 위장해 억지결혼을 하고 그의 마음을 붙들려한다.이탈리아인의 기질을 잘 나타낸 코믹 멜로물.조연의 성격창출도 탁월해 필루메나를 평생 돌보고 흠모하는하녀 로잘리노와 하인 알프레도는 영화의 양념구실 을 톡톡히 한다. (비디오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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