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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표준화 서둘러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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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 최대의 검색 회사 구글이 최근 ‘O3B’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O3B는 ‘Other 3 Billion’(다른 30억 명), 아프리카 등 통신회선이 제대로 깔려있지 않아 인터넷에서 소외되어 있는 지역의 30억 인구를 말한다. 구글은 지구 궤도에 16개의 위성을 띄워 이들 개도국에 인터넷 회선을 값싸게 공급하려고 한다. ‘공간’의 통합이다. 구글은 과거의 모든 신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출고된 기사 수십억 건을 포함해 인터넷 이전의 모든 신문자료를 웹에 저장해 검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의 통합이다. 휴대전화에서 쓸 수 있는 무선인터넷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도 내놨다. ‘통신 기반’의 통합이다. 웹 브라우저 ‘크롬’도 내놓았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CEO는 “웹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실을 기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통합이다.

문제는 구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온라인 뮤직스토어 ‘아이튠’과 연동하는 ‘아이팟’으로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했고, 휴대전화 ‘아이폰’으로 모바일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폰은 애플의 퍼스널 컴퓨터 운영체제인 OS X를 그대로 쓰며, 여기에는 웹 브라우저 ‘사파리’도 당연히 포함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운영체제는 역시 ‘윈도 모바일’이고 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다.

바야흐로 경계를 넘어선 확장, 곧 통합과 융합의 시대다. 유선과 무선이 하나가 되고 전화기와 카메라가,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가, 사전과 PMP가 융합한다. 유·무선 통신을 이용하는 이런 융합형 단말기는 단일한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지금처럼 유선 따로, 무선 따로로 대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 플랫폼의 주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 지구적 규모의 전쟁이다.

그 전장의 가운데 ‘웹 표준’이 있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어떤 형태의 단말기를 쓰든 서비스와 콘텐트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려면 그들은 반드시 표준을 따라야 한다. MS, 구글, 애플이 그렇게 싸우면서도 순순히 웹 표준을 따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웹사이트는 대단히 ‘자폐적’이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X’ 기술을 전적으로 따르느라 브라우저 간 호환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지난해 행자부가 전자정부시스템의 웹표준 적용을 의무화했지만,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40% 이상이 여전히 표준을 지키지 않아 페이지가 깨진다. 현재 한국의 웹사이트는 오로지 PC를 통해서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쓸 때만 온전히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한국이 유독 무선 인터넷에서는 이웃 일본에 비해 현격히 뒤처지고 있는 것도 이런 한계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과 융합의 거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웹 표준은 그 전장터에서 경쟁의 기본조건이다. 돌이킬 수 없이 뒤처져버리기 전에 표준화를 서두를 때다.

박태웅 열린사이버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