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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12.12 5.18공판 求刑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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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일 오후3시8분.관련 피고인 16명에 대한 논고문 낭독이 시작되면서 법정 안은 물을 끼얹은듯한 정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김상희(金相喜)형사2부장이 논고문을 빠르게 낭독한 뒤 물을 한모금 마시고 『전두환 피고인 사형.노태우 피고인 무기징역』등 구형량을 잇따라 밝혀나가자 법정 안은 순식간에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뒤덮였다.80명의 방청 객중 5.
18 광주민주항쟁 유가족등이 全.盧피고인등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중형으로 이어지자 박수를 치며 반긴 것이다.재판장인 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가 『법정에선 박수를 쳐서는 안된다』며 제지해법정은 잠시뒤 냉정을 되찾았으나 재판시 작후 시종일관 흐트러진자세를 보이지 않던 全.盧피고인은 극형 구형에 순간적으로 평상심을 잃은듯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全피고인은 본 법정에서까지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강변에만 열중,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는등의 논고문이 낭독되는 과정에서도 허리를 곧추세운채 당당하게 앉아 있던 全피고인이었지만 사형이 구형되는 순간만 은 고개를 떨궜다가 재판부를 응시하는등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
또 옆에 앉은 盧피고인을 보며 귀엣말을 속삭이기도 했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이 사건 수사및 공소유지를 맡았던 金부장검사의 논고문을 쥔 두 손끝과 양 어깨도 동시에 떨리는 것이 보였다. 1시간 가까운 논고문 낭독때 단 두번만 고개를 돌려 金부장검사를 바라봤던 全피고인이 국선변호사의 최후변론이 시작되자끊임없이 변호사석을 바라보며 구원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공판과정 내내 침착하게 앉아있던 盧피고인도 막상 중형이 구형되자 참담하다는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등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재판장 보충신문 과정에서 全피고인이『답변하지 않겠다』며 버틸 때도 盧피고인은 순순히 재판장 신문에 응해 대조를 이뤘다.무기징역 또는 징역15~10년의 중형이구형되자 당초 예상과 다르다는듯 나머지 피고인들도 일제히 고개를 떨구는가 하면 검찰측을 한동안 응시하는등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희성(李熺性)피고인은 이날 입정 당시에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여유있었으나 15년형이 구형되자 순간적으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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