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 인천국제공항사업-인력수급 문제.운영전략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양대 국책사업으로 꼽히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이 수해.폭염 소동 속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건설.운영 전략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지적한 「인력수급비상」(5월29일),「운영전략 혼란」(6월27일)등의 문제들 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공사의 장애 요인이 일단 치워졌다.중앙일보가 지적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을 중간 점검한다.
[편집자註] *인력수급 문제지난 5월 여객터미널공사를 시작하면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은 본격적인 건설공정에 돌입했다.
신공항건설공단은 터미널의 뼈대(骨組)공사를 시작할 올 연말에는 지금의 3배가 되는 4천5백명의 건설인력이 필요하고,또 공사가 본격화될 내년부터 99년까지 3년동안은 매년 1만5천~1만7천명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건설인력을 도입할 길」을 터줄 것을 관계부처에 요청했고,아울러 지원인력.관리인력도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건설교통부는 보도가 있은 뒤 7월16일 「사회간접자본 확충대책」을 마련,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책에는 「인천국제공항등 국책사업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공사 집중기간의 인력부족을 해소」「본격적인 공사추진에 맞춰 공단인력을 증원하고 현장중심체제로 조직을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그동안 제조업에만 선별적으로 허용되 던 외국인근로자 도입을 건설업에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건교부담당자는 『몇명을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데려올지는 아직 결정된바 없으나 건설공단과 건설업체들이 소요 인원을 건의해오면 그때방침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海外인력업체 벌써 관심 건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기사 보도후 국내 인력알선업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았다』며 『중국교포는 물론 방글라데시.파키스탄.필리핀 등지의 인력송출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공단은 현재 여객터미널 골조공사를 위한 「입찰유의서」를 작성중에 있으며(11월중 입찰예정) 공사참여업체가 「외국인근로자 활용」을 전제로 입찰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외국인근로자 도입 주장을 적극 수용한 것은 인천국제공항 건설의 핵심공정인 여객터미널 공사는 내년부터 본격화되는데 국내 기능인력의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공정차질」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별 기술이 없는」 미숙련.단순노무자 수급사정이 특히 어려워 95년의 경우 미숙련기능자는 18.18%,단순노무직은 9.17%가 부족한 실정이다.

<도표 참조> 게다가 영종도는 작업여건이 국내 타 공사장에 비해 크게 열악하고,매일 출퇴근은 생각할 수도 없어 「섬」에서잠을 자야 한다.
그렇다고 마땅한 레크리에이션 시설도 없는 악조건 공사장에 요즘처럼 3D현상을 기피하는 우리나라 기능인력을 필요한 만큼 제때에 공급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다.
***단순 노무직 크게 부족 더구나 공사여건이 불리하고 공기(工期)에 쫓기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업체들이 높은 노임등 좋은 조건을 경쟁적으로 제시할 경우 곧 다른 공사장에 파급되고,결국은 「90년대초 신도시건설 때의 인력파동」도 재연될 수 있다는우려도 결정에 한몫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건설인력 전문가인 박명수(朴明秀.건설산업연구원)박사는 『우리나라 기능인력 수급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영종도처럼 본토와 격리된 섬에서 대규모 인력을 3년 한시적(限時的)으로 필요한 경우」는 외국인력 투입을 검토하는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영종도에 외국인 기능인력이 들어올 경우 「싸게 더 좋은 품질」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운영전략 논란 「단거리 국제선을 어느 공항에 취항시킬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재정경제원과 건교부의 물밑 다툼은 아직 끝난 상태는 아니다. 건교부는 단거리 국제선을 장거리 국제선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취항시켜야 인천국제공항 동북아지역 중심공항(허브공항)으로 만들 수 있다며,「활주로 1개와 여객청사를 넓혀달라(35만7천입방를 45만입방m로)」는 주문을 재경원에 한바 있 다.
재경원은 이에 대해 당장 재원이 5천억원이 소요되고,단거리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에 취항시킬 경우 김포공항 유휴(遊休).수도권 승객 불편의 이유를 들어 기존의 공항별 역할분담방침인 「인천국제공항=장거리국제선,김포공항=단거리국제선+국 내선」을 고수하고 있다.건교부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재경원의 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에 더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그냥 「옛날 방침」대로 가고 있는 중이다.문제는 항공회사들. ***재경원선 장거리 고수 대한항공등 국적항공사들은 특히 난감해 하고 있다.항공사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환승여객수송(일본등 동남아승객.화물을 김포공항에서 갈아태워 미주.유럽등지로 수송)에 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현재 김포공항의 환승여객비율은 16 ~18%로 10%수준인 일본의 나리타.간사이,홍콩의 카이탁공항등을 크게 앞질러 국적항공사 수지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재경원 방침대로 국제선 승객을 양(兩)공항에 분리한다면「동남아 승객을 김포공항으로 수송해 일단 입국심사를 한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셔틀버스로 날라 출국심사를 한 후 유럽으로 수송」해야 한다.여객은 그렇다 치고 화물의 경우 문 제가 더욱 심각하다. 항공화물의 55%나 되는 「벨리카고(여객용 비행기에 별도로 싣는 화물)」로 이를 김포에 내렸다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보내 환적.수송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새로운 장비.사람이 훨씬 많이 필요할 뿐더러 환적은 시스템 자■ 가 어려운 것이다.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선노선을 분리운영하는시스템은 항공사에 치명적』이라며 『그 경우 환승수송은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문제라면 민자를 동원해서라도 공항을 항공사들이 제대로 쓸 수 있게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영종도.김포 양공항의 역할분담전략은 크게 보면 우리나라 항공정책의 근간과 맞물려 있다.인천국제공항을 정말 허브공항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장거리국제선 승객을 위한 기종점공항으로만 쓸 것인지「지금」 분명한 방침을 세워야지 계속 「엉거주춤」한 상태로 가는 건 혼란만 더욱 키우는 방법일 뿐이다.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내부 이견을 조정해 결단을 내려 야 할 문제다.
음성직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