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시종 손에 땀쥔 배드민턴 혼복 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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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관중들은 다 늘어져 있었다.한국선수들끼리의 혼합복식 결승전.
별 흥미가 있을리 없었다.박주봉-나경민조가 거의 우승을 예약해놓은 상황.박-나조가 1세트를 15-13으로 이기자 관중들은 더더욱 흥미를 잃어 간간이 묘기가 나올 때만 박수 를 치곤 했다. 그러나 시들한 관중석 분위기와 달리 코트안은 처음부터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한치의 양보도 없는 긴장된 분위기.김동문의백푸싱이 연속으로 성공하며 세트스코어 1-1이 되자 길게 누워있던 관중들이 하나둘씩 허리를 곧추세우기 시작했다.
3세트 초반 김동문-길영아조가 3-0으로 앞서나가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현역교수인 박주봉이 체면도 잊은채 『파이팅』하고 소리를 질렀다.얼굴표정은 이미 굳어있었다.박주봉의 드롭샷과 백푸싱,그리고 나경민의 스매싱이 연속 성공하며 5-3역전.
그러나 길영아의 헤어핀이 성공되며 5-5동점.
이 상황에서 나경민의 스매싱이 네트에 맞고 상대편 코트에 떨어지는 행운으로 다시 6-5가 됐다.누구나 이것이 전환점이라고생각했다.박-나조는 이후 연속 5득점,10-5로 점수를 벌려 우승을 굳혀갔다.
김동문과 길영아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길의 스매싱,김의대각선 공격과 푸싱이 연속으로 꽂히며 11-11동점까지 몰고갔다.점차 고조되는 긴장속에 생기를 찾고 경기에 몰두하던 관중들은 동점이 되자 일제히 박수치며 환호성을 질러댔 다.
다시 12-12.김동문의 백푸싱이 한번 더 코트를 진동시켰다.김동문은 주목을 불끈쥐고 『아샤』하고 소리쳤고 길영아는 『파이팅』으로 화답했다.
서브권이 박-나조로 넘어갔다.한점을 내주면 13-13동점이 돼 5점을 먼저 얻어야 하는 세팅(연장)에 들어갈 상황.
박-나조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두번의 공격찬스를 모두 놓치며 서브권을 다시 김-길조에 넘겨주고 말았다.
김동문이 높이 솟구쳐 내리꽂은 스매싱이 나경민의 라켓을 맞고떨어졌다.15-12로 경기 끝.피를 말리는 경기는 이변을 낳고끝났다.서로 끌어안고 기뻐하는 김동문과 길영아 옆으로 박주봉과나경민은 조용히 수건으로 땀만 닦고 있었다.
『우리는 편하게 했는데 오빠는 부담을 많이 느낀 것같아요.』경기후 길영아가 밝힌 승인이다.
애틀랜타=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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