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정치] 장관 출신 의원 ‘팔은 안으로 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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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송민순 민주당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 얘길 해 볼까요. 지난 10일 열린 외통위의 통일부 긴급 업무보고에서였습니다. 이날 대부분의 의원은 김하중 장관을 상대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캐물었습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섣불리 얘기할 수도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송 의원은 “북한이라는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추측이나 소문에 대해 장관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으로선 참 고마웠을 겁니다.


‘꼿꼿장수’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전 국방부 장관)은 입이 무겁습니다. 11일 열린 국방위 비공개 회의에서 그는 군 기밀과 관련된 주요 용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에 따르면 그는 “김정일 위원장 유고 시 발효되는 ‘OO계획’은 잘되고 있느냐”고 묻는 등 여전히 보안의식이 투철하더랍니다. 회의 직후 기자들이 그 계획의 이름을 물었지만 그는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건교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국토해양위 결산심사를 앞두고 참석 여부를 고민 중입니다. 바로 자신이 재임 시 집행한 예산에 대한 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임위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그는 얼마 후 한 후배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후배는 “장관님, 다 아시면서…, 좀 가만히 계십시오”라고 애교 섞인 부탁을 하더랍니다.

경찰청장 출신인 이무영 무소속 의원은 9일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야당 의원으로선 유일하게 어청수 경찰청장을 감쌌습니다. “법률상 경찰청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다”며 어 청장 퇴진 요구를 반박한 것이죠.

국정원(옛 안기부 포함)에서 21년간 근무한 경력 ‘덕’에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보위 간사를 맡은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아직도 투철한 국가관을 가진 듯합니다. 그는 10일 정보위 직후 연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런걸 물으면 국익에 위배된다”며 답변을 피해 갔습니다.

◆“내가 왕년엔…”=일부 의원은 자신들의 ‘아픈’ 과거까지 입에 올리며 상임위 활동에 열심입니다. 17일 법사위에서는 현대 비자금 문제로 옥고를 치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교정 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저도 거기(구치소)서 좀 살다 나왔는데 에어컨, 난방 시설 없이 근무하는 공무원은 교도관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공천 헌금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노철래 친박연대 의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는데 수사관이 담배 연기를 푹푹 뿜어대고 어휘 선택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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