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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때만 주춤 … 변종 업소로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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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매매특별법이 23일로 시행 4주년을 맞았다. 성매매와의 전쟁에 나선 경찰은 23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경찰관 1만여 명을 동원해 전국에서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 경찰서에 합동전담반을 편성하고 국세청·소방서·지자체와 연계한 단속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지난 4년간 서울 미아리 등 집창촌은 된서리를 맞았다. 여성부의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성매매 업소는 4만6247곳으로, 2002년 6만876곳에 비해 감소했다. 성매매 여성은 32만9000여 명에서 26만9000여 명으로 준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성매매는 공개된 집창촌을 떠나 안마시술소나 마사지 업소 등 변종 업소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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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화된 성매매=18일 오전 1시쯤 노래방과 단란주점이 즐비한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유흥업소 앞. 2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이 나와 승합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형님, 아가씨 보러 오셨구나. 노래방 한 번 가시죠?” 20대 남성이 말을 건넸다. ‘XX클럽 ○○○부장’이라는 명함을 건넨 그는 “쟤들 보셨죠? 원래 2차는 20만원인데 15만원까지 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단속에 안 걸리느냐”고 묻자 “집중단속 대상이 안마시술소와 오락실인데 저희는 노래방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간 역삼동 R호텔 뒷골목. 20여 개 안마시술소가 모여 있는 이곳에선 절반 정도 불이 꺼져 있다. 업소 앞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은 무전기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더니 “오늘은 영업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한 중년 남성이 택시에서 내리자 “조금 일찍 오셨네요. 들어가서 쉬고 계시죠”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요즘 단속 때문에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한다”고 전했다.

가택 마사지, 대딸방, 인형방, 휴게텔, 출장안마 등 성매매는 갈수록 음성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업소 없이 인터넷을 통해 성을 사고파는 일도 흔하다. 경찰청이 올 상반기 성매매를 단속한 결과 마사지나 휴게텔, 안마시술소 등 신변종 업소가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2170건으로 유형별로 2위를 기록했다.

◆여전한 수요와 공급=성매매가 활개 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영등포에서 성매매를 하는 수민(32·여·가명)씨는 “단속이 시작된 이후 장안동 안마시술소, 대딸방, 오피스텔 등을 다 가 봤다”며 “학벌이 짧고 각자 사정이 있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매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집창촌업주연합인 한터전국연합 강현준(55) 대표는 “경찰서별로 어디는 단속하고 어디는 안 하는 식으로 하면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며 “성매매는 음성화하는데 우격다짐 식으로 단속에 나서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적”이라고 주장했다. 장안동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속이 본격화되기 전인 7월에도 우리 가게에서 경찰에 준 뇌물이 1000만원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2일 “단속이 지속되면 불법 영업이 음지로 숨겠지만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겠다” 고 강조했다.

장주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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