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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로봇, 미래 인류의 친구 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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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래에는 로봇 지능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로봇 간에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인간과 로봇의 분쟁을 다룬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9월 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특별법(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발효된다. 정부는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특별법 발효를 계기로 로봇의 역사, 인간-로봇 공존사회의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로봇특별법이란=세계 지능형 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한국은 미국·일본보다 로봇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 정부가 10년 한시법으로 로봇특별법을 만든 것은 세계 로봇산업의 폭발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세계 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다. 로봇특별법에는 로봇 테마파크 조성사업(로봇랜드), 장애인·노령자·저소득자를 위한 로봇 이용 확대, 로봇 윤리헌장 등이 담겨 있다.

◆로봇 윤리헌장 제정 작업=‘로봇 윤리’라는 단어가 법률에 실린 것도 세계 처음이다. 정부는 현재 로봇 윤리헌장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 로봇 개발자가 인간에게 손해를 끼칠 기능을 설계하는 것을 막고, 로봇 사용자가 로봇을 마음대로 개조하는 것을 금지시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EURON)도 ‘로봇윤리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공개토론을 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인간과 로봇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반면 ‘아이, 로봇’ ‘테미네이터’는 인간과 로봇 간의 분쟁을 다룬다. 인간은 로봇에 얼마나 자율성을 줄 수 있을까.

홈로봇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인간에게 위험하다. 전투로봇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둘째는 존재론에 관한 문제다. 기계는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을까. 수퍼맨에 대한 위험성은? 부자만 로봇을 사용하나? 인공두뇌를 가진 로봇이 성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로봇 윤리헌장은 이 같은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게 된다.

◆로봇의 역사=로봇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같다. 로봇 모델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로봇이 섬을 지키고, 유대 신화에선 로봇이 하인 역할을 한다. 중세에 들어와 로봇은 정교한 기계장치로 만들어져 오리로봇, 트럼펫 부는 로봇 등으로 구체화됐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기간에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스팀맨’이 소설 속에 등장해 20세기 로봇 모델이 됐다. 발명왕인 에디슨도 축음기가 장착된 인형 ‘이브’를 만들었다.

1961년 기계적인 로봇에 제어장치가 결합된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특허 등록과 함께 실물로 세상에 나타났다. 20세기 말까지 로봇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1세기 지능형 로봇 시대를 연 ‘로봇 삼총사’가 있다. 일본 소니에서 개발한 장난감 강아지 로봇 ‘아이보’,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청소로봇 ‘룸바’, 일본 혼다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가 그것이다. 특히 아시모는 인간의 골격과 움직임을 모방한 휴머노이드로 깊은 인상을 줬다. 한국에서 개발된 ‘휴보’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의 얼굴 표정을 닮은 로봇은 ‘안드로이드’로 부른다.

◆한국 지능형 로봇의 현주소= 한국에서 처음 개발된 지능형 로봇은 90년대 중반 KIST에서 개발한 반인반수 형태의 ‘센토’다. 특히 잔심부름을 돕는 가사도우미 로봇 등 가정용 로봇이 많이 개발됐다. 또 화재 진압 로봇, 헬리콥터형 비행 로봇, 교육용 로봇이 속속 선보였다. 노약자 도우미 로봇, 전투에 쓰는 노새형 로봇은 현재 개발 중이다. 지금은 의료용 로봇 등 부가가치가 높은 로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전남대팀이 개발 중이다.

국가마다 중점을 두는 로봇 분야가 다르다. 미국은 전투 로봇, 무인전투기 같은 국방 로봇이나 화성 탐사 로봇 같은 우주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건강이나 국민복지 로봇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반면 일본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많이 개발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 온다=미래에는 로봇 지능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로봇 간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두뇌와 비슷해지는 컴퓨터 칩 성능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신체 일부가 전자기계로 대치되는 ‘사이보그’ 로봇이 한 예다. 물론 인간은 로봇의 기능을 제한해 다루기 쉬운 도우미로 쓸 것으로 예측된다. 컴퓨터 칩에 이 같은 제한 기능을 담을 것이다. 이는 로봇 성능과 지능을 높이려는 노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인간-로봇 공존 사회에서 로봇은 도우미 수준을 넘어 인간의 파트너로 대접받을 것이다. 우리의 사고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로봇 공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특별법이 미래에는 로봇-인간 사회의 질서를 규정하는 로봇기본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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