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혁칼럼>도전에 應戰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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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들어 우리사회가 현저히 활력을 잃고 있는 것 같다.온국민이 알게 모르게 한 방향으로 뛰는 목표 또는 중심과제 같은 것도 없는 것 같고,무슨 큰 일이 터져도 전사회적으로 긴장감을갖고 대처하는 노력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과거 같으면 정부가 비상이라도 걸린듯 긴박하게 움직이고 국민운동이나 사회적 캠페인같은 것이 벌어질 일이 많은데도 정부고 민간에서고 그런 움직임을 볼 수가 없다.
가령 얼마전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어린 소녀에 대한 성폭행문제만 해도 그때 잠시 놀라고 떠들었을 뿐 올림픽이니 수재니 하는 다른 일에 휩쓸려 금세 사각지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저께 발표로는 올해 상반기 국제수지적자가 사상최대인 93억달러에 이르렀다.과거 박정희(朴正熙)시대나 5공때 같으면 경제부처가 비상태세에 들어가고 대통령이 일일점검을 하는등 난리법석이 났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이런 움직임이 없다 .적자의 원인이 과소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 정부에서부터 당장 소비절약대책이 나오고 사회각계에서도 근검절약을 호소하는 운동이 일어났을 것이다.그러나 요즘엔 그런 정부대책도 민간운동도 볼 수 없다. 과거엔 한국인이 「악바리」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팀이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이 들리니 웬일인가.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긴장이 풀리고 맥이 빠져있다는 느낌이다.우리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협하는 각종 도전이 경제침체.도덕타락.환경오염등 온갖 형태로 쉴새없이 터지는데도 이런 도전을 맞아 고민하고 해결해 보려는 응전의 노력은 극히 산만하고 미약할 뿐이다.
우리에게 힘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1인당 GNP도 이미 1만달러를 넘어섰다.가령 우리 모두가 1만달러가 안된 셈치고,지금이 9천달러 시대라고 치고 1천달러씩 뚝떼어 큰 일에 쓴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그러자면 누군가가 나서 『1천달러씩냅시다』고 외치고 그것을 국민적 컨센서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해낼 사람도,분위기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힘을 모으지 못 하는데 있다.우리가 가진 힘을 필요할때 집중할 수 있는 능력.태세를 못 가진 것이 문제다.힘을 모으자면 목표와 방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화라는 목표가 있지만 국민을 한 방향으로 뛰게 하는기능은 하지 못 하고 있다.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 좀더 실천적이고 구체성있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그저『세계화합시다』고 외쳐서는 국민이 뭘 할지 알 수 없다.과거처 럼 요란하게 구호를 내걸자는게 아니다.시대상황이 요구하는 필요한 목소리가 나와야겠다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를 줄이고 국산품을 애용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일을 더하는 것이다.더이상 도덕의 타락을 방치하지 않는 강력한 정책과 대대적 운동이 당장 필요하다.이런 필요한 소리,필요한 대책이 나오고 조직돼야 하지않겠는가.
그런 일을 해야 할 일차적이고 중심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그리고 정치지도자,종교.사회지도자들도 그런 소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하 공직자들이 긴박감있게 대책을 세우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대통령이 왜 이런 때 TV에라도 나와국민에게 호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여러분,큰 수해가 났습니다.재난의 극복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정부의 힘만 으로는 이러저런 점이 부족합니다』『국민 여러분,우리는 좀더 일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1만달러가 9천달러로,9천달러가 8천달러로 될지도 모릅니다.저를 포함해 정부부터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이렇게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하고,그리하여 나라전체의 분위기를 바로잡는데 앞장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도 국민에게 더 일하자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종교지도자들도 절에서 교회에서 도덕의 타락을 경고하는 강력한 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와 각계지도층들의 이런 노력은 지금처럼 꼭 어려운 때가 아니더라도 평소 늘 해야 하는 기본임무다.지금 그런 기본임무를제대로 못하고 있기에 우리상황이 이런게 아닌가.
지금 사회분위기는 수재와 경제침체,숨막히는 더위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그나마 올림픽 메달도 시원하게 안나와 무엇 하나 즐거운 일이 없다.
더 일하고 소비를 줄이고 도덕적 긴장감을 높이자는 우레같은 소리와 강력한 정책이 나와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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