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성장동력] 왜 삼성물산은 팜 농장을 사들였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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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자원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구입한 인도네시아의 팜유 농장.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있어 삼성은 항상 앞서 나갔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5~10년 이후의 먹거리 발굴을 항상 강조해 온 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전담조직도 발족했다. 그러나 올 7월 1일자로 그룹이 공식 해체되면서 관계사별로 추진하게 됐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방향을 ‘솔루션 사업’으로 바꿀 계획이다. 향후 반도체 회사가 반도체만을 공급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라 삼성전자는 단순한 제품 공급자가 아닌 토털 솔루션 회사로 거듭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의 모든 활동을 고객 중심으로 재정비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고객 친화적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IBM이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IBM은 원래 사무용 전자기기 제조업체로 출발해 컴퓨터 시대를 연 업체였다. 그러나 IBM은 몇 년 전 중국 업체에 PC사업 부문을 통째로 파는 대신 솔루션과 컨설팅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로 출발한 삼성SDI도 요즘 환골탈태 중이다.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 디스플레이를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2차 전지 사업 등 기존 에너지 사업 부문을 강화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석유경제’ 이후를 대비한 친환경·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삼성SDI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대표주자는 HEV 사업이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업체인 독일의 보슈와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EV)용 배터리 팩 시스템의 개발과 생산, 판매를 위한 합작사 ‘SB 리모티브’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SB 리모티브는 HEV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부터 배터리 시스템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꼽는다. 무역 중개상으로는 부가가치를 더 이상 높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석유와 가스개발 등 전통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이다. 또 태양광 발전·바이오 디젤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일 전남 진도군 고군면 일대 8만6000㎡ 부지에 220억원을 투자해 1500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메가와트(MW) 급 태양광 발전소 ‘솔루채 진도’를 완공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태양광 사업의 일관체제를 구축했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과 같은 태양광 원료 및 소재에서부터 셀(태양전지)·모듈 등의 제품과 시스템 분야, 그리고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운영까지 다 갖췄다.

삼성물산은 7월 인도네시아에서 서울시 면적의 거의 절반 크기의 대규모 팜 농장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바이오 디젤 사업의 핵심인 팜유를 연간 10만t 이상 생산하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은 또 브라질의 사탕수수와 동남아시아의 해조류를 원료로 한 바이오 에탄올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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